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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이야기

품질경영 살생경영 관리자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도 나누고,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고,
노래방도 가고, 산에도 여행도 다녀보았지만 정말로 내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감동을 주신 분 중에 장차장이라는 분이 계시다.

시방은 지나에 오면서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더니 이제는 연락이 안 되어
아쉽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이 분의 삶을 떠 올리는 것이다.

이 분은 10여 년 전에 건설 분야의 조그만 기업에 ISO 심사를 가서 만났다.
장차장은 ISO 추진 팀장을 맡아 몇 개월 동안 열심히 가짜 서류를 만들어 놓았던 분이다.

인상도 착하고 심사원을 대하는 언행은 그야말로 증류수처럼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이 겸손하였다.
품질목표, 경영검토, 내부감사, 외주업체 평가 자료를 꺼내 놓으며 두 눈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 때만 하여도 90년대 말이라서
ISO 인증 발급 결정에 대한 권한을 심사원이 가지고 있었기에
인증에 대한 추천이 안 되면 기업은 입찰을 하지 못해 커다란 타격을 입던 시절이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대부분의 ISO 자료라는 것들이 예나 지금이나 99.999999% 가짜이었기에
그 동안 이런 가짜 서류를 만드느라 고생을 한 장차장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물론 가짜 서류는 들추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건넸다.

“이렇게 ISO 시스템이라는 것을 해 보니까 실질적으로 업무에는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혹시 그 효과가 있었던 자료가 있으면 보여 주시고 아니면 말씀이라도 해주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마도 지도위원님이 ISO 교육을 하실 적에 ISO 시스템이 구축이 되면 기업이 좋아진다고
말씀을 하셨을 터인데 혹시나 그런 효과가 있었다면 자료 좀 보여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그럼 여기 책상 위에 경영검토 자료가 놓여 있는데 경영 검토를 한 결과
회사에서 ISO 시스템 도입한 이후 어떤 업무가 좋아졌는지 검토한 결과를 알고는 계시나요?“
“네?....”

“경영검토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계신대로 말씀 좀 해 주시겠어요?”
“네?....”

“그럼 ISO 90002 이라는 규격이 무슨 말인지 알고 계시는 데로 설명 좀 해 주실래요?”
“아..그거요. ISO 9002 규격은 거...국제적인 품질 규격으로서 설계를 제외한 생산에 관한..(생략).”

“잘 알고 계시네요. 다시 경영검토에 대하여 질문 드리겠습니다.
경영검토는 우리 회사에서 누가 하셨나요?“
“사장님이 하셨는데요”

“경영검토를 하기 위한 자료는 누가 작성을 하였나요?”
“그것은 제가 작성을 하였습니다”

“그럼 경영검토 자료는 주로 어떤 내용들이 있나요?”
“품질목표, 내부감사, 교육훈련, 외주업체 평가 등 많이 있습니다”

“경영검토 자료를 보신 사장님은 저희 회사 ISO 시스템을 수립하고 실행한 결과에 대하여
검토 결과를 뭐라고 하셨나요? 예를 들면 내부감사가 미흡하니 다시 한 번 하라든지..등“
“글쎄요. 그것은 제가 잘 모르겠네요”

그제서야 경영검토 자료를 펼쳐서 함께 읽어보았다.
<경영검토보고서> 결재란 : 작성/검토/승인“에는 코피 흘린 붉은 도장이 큼지막하게 찍혀져 있고
작성/검토/승인일자는 모두 PC로 기록하였고 내용도 어제 보았던 기업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경영검토 자료를 작성하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있는 그대로 말씀 좀 해 주시겠어요?”
“저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요?”

“네. 그러세요. 그래야 제가 무슨 도움을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저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지도위원이 준 자료에서 이런 것을 만들어 놓으면 ISO 인증이 나온다고
하기에 열심히 만들기는 심사원님이 자꾸 이상한 질문만 하시니 저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하나도
모르겠고 정말 미쳐버리겠습니다“

이렇게 오전에 심사를 마치고 중식을 한 다음에 사장님 실에서 시장님과 차 한 잔을 나누게 되었다.
“우리 장차장님이 준비한 자료가 많이 미흡하지요? 죄송합니다. 나도 무식하고 우리 관리자들도
다 무식해서 지도위원이 하라는 데로만 하였는데 잘 좀 부탁 드립니다.“
“아닙니다. 기업들이 다 처음에는 그렇지요. 다만 장차장님이 오전에 심사를 받으시면서
마음이 많이 상했을 터인데 걱정이 됩니다. 그렇다고 잘못된 것을 잘했다고 무조건 칭찬만
할 수도 없구요“

“장차장은 우리 회사 보물입니다. 저 친구 없으면 오늘날 나도 이렇게 사업을 잘 하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사무실에 여직원들 포함하여 전부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 저 친구만 초등학교 졸업을 했지요.
그런데 모든 면에 있어서 저 친구 능력을 따라갈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네? 그래요?”

그 때부터 사장님으로부터 간단하게 장차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향후 몇 년 동안 심사를 할 때뿐만이 아니라 장차장이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만나서 식사도 하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장차장에 대한 사항을 알고 나서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장차장은 아주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과 우유 배달을 하면서 가정을 돌보아야만 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집근처 인근 공장에 취직을 하여 아주 적은 보수나마 받아서
가정에 보탬이 되는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 운전면허를 취득한 다음에는 용달업체에 옮겨 일을 하다가
이 회사에도 물건을 자주 배달을 하였는데 어느 날 우연하게 사장님 눈에 띄게 되었던 것이다.

납품을 하고 나면 대부분은 그냥 바쁘니까 휙 가버리는 데 장차장은 납품한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물건들을 지정된 창고에 아주 깔끔하게 쌓아주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직원들을 대하는 것을 보고
장차장을 불러 납품하는 것보다 조금 더 월급을 주면서 자재 창고를 맡겼던 것이다.

자재창고를 맡아 자재목록부터, 단가에 이르기 까지 그 동안 그렇게 떠들어도 안 했던 업무를
6개월 만에 모두 정리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사무실로 올려 총무 업무를 맡겼는데 사무실에 있는
모든 서류 정리는 물론이요 컴퓨터를 모르니까 책을 사다가 혼자서 배우더니 이제는 컴퓨터를
수리하고 간단한 프로그램까지 작성을 하는 능력을 키웠던 것이다.

건설 현장에 보내니까 거기서도 단연 솔선수범과 성실함으로 현장소장의 신임을 받았으며
적자투성이 공사 현장을 흑자로 돌려놓을 정도로 관리가 탁월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본사로 들어 와 전 공사현장에 대한 구매와 자금을 도맡아 할 정도로
사장님의 신임을 받아서 그야말로 회사에서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던 것이다.

심사를 하던 중에 사장님 친구 분이 사장님을 찾아 와 결제와 차기 공사건을 이야기하자
“장차장하고 먼저 이야기 해. 그 친구 검토가 끝나야만 내가 승인 가능하니까 그 친구부터 설득해"

나는 장차장에게 검정고시를 권하고 방송통신대를 권했다.
빙혼이 공장 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원을 다녀보았기 때문에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검정고시와 방통대 그리고 야간대학원을 권하고 살다 보니 장차장까지 꼬셨는데
이 분은 당장 승낙을 하더니 곧 바로 공부를 시작하여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방통대를 졸업하고 야간 대학원을 진학할 생각이라는 것 까지만 알고 그 이후에는 연락이 끊겼다.

여기까지는 그냥 누구나 일반적인 사항일 수 있다.
남들보다 어렸을 때 좀 힘들게 살았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것 빼 놓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빙혼이 이 분을 진짜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일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형제들을 돌보느라 아직 집도 마련하지 못하고 어렵게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데
입사를 하여 구매를 하면서 단 돈 10원 하나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추석이나 설날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상품권, 돈 등을 가져오면 가능한 돌려 보내었고
받더라도 총무과 여직원 오라고 하여 공개적으로 받아 관리자 복리후생이나 회식에 사용을 하였고
심지어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예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한 번은 외국산 건설 현장용 자재를 수매하는 데 사장님이 직접 약 22억원 가량을 구매하였는데
이 친구가 그 회사를 찾아가 요목조목 따지면서 17억 정도로 계약을 하고 돌아왔던 적도 있었다.
“사장님이 고맙다고 다만 몇 백 만원이라도 챙겨주었나요?”
“내가 왜 돈을 받아요? 나 같은 무지랭이 안 쫓아내고 월급을 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네가 구매부서장으로 당연한 일을 한 것이지 뒷돈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헐,,그 친구 연봉이 4000만원도 안 되었는데 한 번에 5억원을 절감하면...
사장도 좀 심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쁜 인생과 향후 미래에 대한 인생설계를 해주기로 하였다.
첫째 이 회사에서 그만두거나 짤리면 학력이나 자격에 걸려 취직하기가 매우 어렵다.
둘째 당신의 청렴성은 아내와 자식에게 당신의 젊은 날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당신의 업무 투철함은 사장 혼자는 좋을지 몰라도 다른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사회생활에 대한 방법을 일러 주었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속담을 들려주면서 탐욕스런 마음은 반대를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적당한 선에서 통용되는 뒷돈을 앞으로 회사/아내 몰래 챙겨라.

이 돈은 당신이 향후 노년을 대비할 돈이며 만일 아내아 자식이 아팠을 때
가장으로서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고통을 해방시켜주는 돈으로 활용을 하라.

당신이 사장이 아닌 이상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데
당신은 현재 회사에서는 충신이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실업자일 뿐이다.

그래서 현재 당신에게 납품을 하고 있는 모든 사장님들에게 청렴결백한 장차장으로만 존재하지 말고
이 분들에게 진심으로 도와 드릴 수 있으면 도와 주리고 술도 한 잔 나무고 돈도 주면 감사하다고
하면서 돈을 받으면서 회사에게는 피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아라.

월급이 많지 않아 직원들에게 저녁 한 끼 못 사 주는 바보 같은 상사가 되지 말고
적당한 정도까지는 회사 카드를 사용하여 단합대회 명목으로 당신 주관으로 회식도 하고
공급자들이 주는 돈도 적당한 선에서 받아 직원들과 함께 어울릴 때 사용을 해라.

청렴결백한 직장인이 반드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동료, 상사와 조활르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 청렴결백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사리사욕을 위하여 업자들을 협박하고 금품과 향을 갈취하는 것은 나쁜 짓이지만
기업이라는 것은 아주 조금씩은 융통성이라는 것이 발휘될 때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하더니 차츰 차츰 빙혼의 조언을 실험을 해 보니
사회생활, 직장생활 그리고 인생에 대한 맛을 알아가게 되었다.

돈도 주면 적당한 선에서 받아 그 동안 공식적인 회식이 아니면 참석을 안 했던 사람이
동료들과 자주 어울리고 꼭 업무만이 아닌 친구로서 접근을 하다보니 회사생활이 예전보다 나아졌고
무엇보다도 매월 돈 때문에 시달리는 아내에게 월급만이 아닌 다른 돈을 조금씩 더 가져다주니까
아내와 돈 때문에 생겼던 사소한 갈등들이 모두 다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어 매우 기뻤다.

어느 가을날에는 전화가 와서 꼭 술 한 잔 하자고 하여 만났는데 그날따라 매일 만나러 가던 횟집이
아닌 좀 이상한 집으로 들어가더니 룸이 있고 여자도 있고 호화스런 저녁을 먹자는 것이었다.

내가 돈을 받으러고는 하였지 이런 곳을 오자고 한 것은 아니었기에
짐짓 화를 내면서 나가는 척(?^^)을 하였는데 사연이 있으니 그냥 일단 식사를 하자고 한다.
술도 고급 양주에 아가씨들은 정말 최상급 여자들이 시중을 드는 데 정말 난 안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왕 어차피 왔는데 하면서 맛있게 보이는 술안주도 있겠다 고급 양주가 입에 착 달라붙어
몇 잔을 들이키고 있는데 1시간여를 지나자 웬 60대 초로의 남자가 나타나더니
장차장하고 반갑게 손을 잡고 인사를 하더니 곧 바로 나에게 와 꾸벅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얼큰한 상태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드리는데 그 분은 내 손을 잡더니
오늘 같은 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승낙을 해주어 정말 고맙다고 한다.

사연인즉슨 이 분은 장차장에게 10년 동안 납품을 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신세를 많이 졌는데
돈을 주어도 안 받지 상품권을 주면 직원들 다 나누어주지 집으로 찾아가니 욕만 하지
그래서 이런 자리에서 마음껏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도 응하지를 안하여 항상 마음이 불편하였는데
우연하게 내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장차장은 나를 일반 식당이 아닌 고급 식당에 초청을 하려니
돈이 많이 들고 마침 이 고급 식당이 이 분 친구가 경영을 한다고 하기에 덜컥 부탁을 하였다고 한다.

빙혼 평생 호화스러운 고급 식당(요정보다 더 고급임, 장소는 나도 잘 모름^^)에서
저녁을 얻는 주제에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으니 그냥 얼떨떨하고 그날 3명이서 술 엄청나게 먹었다.

너무 길면 읽다가 눈이 아프니까
결론을 내자

글 제목과는 안 아울리게 무슨 장차장 이야기를 그렇게 했느냐고?
관리자라면 적어도 이런 관리자를 만나야 품질경영도 되고 상생경영이 된다는 것이다.

회사 돈을 공돈으로 알고 자기 마음대로 쓰는 개 새끼가 있는 반면
입사 이후 오로지 회사의 원가절감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

납품업체로부터 돈이나 받아 쳐 먹는 거지 근성이나 심지어 달라고 손 내미는 조폭 관리가 아닌
납품업체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어떡하든 서로 상생을 위하여 노력하는 관리자가 있어야
경영자도 상생경영을 하는 것이지 사장만 혼자서 방방 뛴다고 상생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 사장님도 품질에 대한 일화가 있다.
불량 철근이 섞이어 공사가 진행된 것이 발견되자 고객 측에서 오히려 하자가 없다고 만류하는 것을
사장님이 10여 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적정 철근을 다시 들여 와 공사를 새로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고객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공사를 하고 있었던 사장님의 회사인 것이다.

즉 사장이나 관리자가 무엇인가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할 때 품질경영 상생경영이 되는 것이지
두 계층 중의 어느 하나라도 문제라면 부실경영과 살생경영이 될 수밖에 없어 첫 마디를 장식하였다.

출처 : 할미꽃당신
글쓴이 : 빙혼서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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