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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제네시스 중국시장 공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제네시스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다. 좀처럼 중국권역의 판매량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성장세인 고급차시장에서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의지다. 물론 쉽지 않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2015년 제네시스 출범 후 줄곧 미국 등에 공을 들여온 탓에 중국시장에는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 그 사이 BMW, 벤츠, 아우디 등이 중국 고급차시장을 휘어잡았다. 후발주자인 제네시스는 부족한 인지도를 만회할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변수다.

좀처럼 뚫리지 않는 중국시장

현시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시장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권역 판매대수(도매 기준)는 약 65만대다. 이는 전년(79만대)대비 17.7%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 측은 종종 판매실적 발표 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매대수를 별도로 언급해 왔다. 중국을 제외하면 국내외 판매대수가 썩 나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442만여대로 전년(458만여대)대비 3.6% 역성장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폭이 급감한다. 이 경우 지난해 글로벌 판매대수는 375만여대로 전년(378만여대)대비 0.8% 감소한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실적 발표 당시 현대차 측은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수요 위축, 판매 감소 영향으로 전체 판매가 감소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아차는 글로벌시장에서 277만693대를 팔았다. 이 중 해외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1.3% 225만488대로 집계됐다. 중국을 제외할 경우 전년대비 4.3% 증가한 199만2488대로 성장세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중국시장의 부진이 회사 전체 실적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하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중국시장 개척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은 권역별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체제를 확립하는 등 사업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중국권역 판매실적. /그래픽=김영찬 기자
제네시스는 다를까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GV80 출시로 세단부터 SUV까지 제품 구색을 갖춘 올해가 제네시스를 통한 중국공략의 최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에는 제네시스의 중국 론칭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지난해 10월 IR에서 “제네시스 중국 판매법인을 설립했다”며 “차별화된 전략으로 제네시스가 현지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해 10월에는 현대차 아중동사업부장, 해외판매사업부장, 미주권역지원담당을 역임한 ‘해외영업통’ 이용우 부사장을 제네시스사업부장에 앉혔다. 중국통으로 불리는 마르쿠스 헨네 전 메르세데스-벤츠 타이완 부사장도 제네시스 중국법인장으로 선임하는 등 중국공략을 위한 진용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의 계획대로라면 올해는 공식적으로 제네시스가 중국 대륙에 첫발은 내딛는 첫해가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재원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들어간 물량은 있지만 제네시스를 정식 수출한 적은 없다”며 “현지 생산으로 갈지 한국에서 수출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제네시스 국내외 판매목표를 11만6000대로 잡았다. 이는 전년 판매량 대비 약 40% 높게 책정한 것이다. 연내 중국 및 유럽진출을 감안해 판매목표를 공격적으로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우 제네시스 부사장이 GV80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일각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국 출범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고급차시장은 제네시스 출범 직후인 2016년부터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가능성을 본 BMW, 아우디 등은 현지공장까지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미 고급차를 앞세운 독일, 미국, 일본 브랜드들이 10~20 내외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현지 브랜드 인지도가 거의 없는 제네시스 입장에선 이미 형성된 시장으로의 진입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는 4월 예정된 베이징모터쇼의 무기한 연기는 아쉽다. 제네시스의 공식 론칭에 앞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홍보의 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중 브랜드로의 중국시장 공략은 한계가 있다. 지리자동차 등 중국 토종 브랜드의 수준도 많이 올라온 상태”라며 “20~30% 비싼 해외 대중 브랜드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SUV 등 현지 진출 타이밍이 자꾸 늦어지는데 전략적으로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 론칭은 올해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제네시스의 경우 미국에서 괜찮은 차라는 이미지를 쌓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시작도 안한 상황이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수준이 글로벌시장에 올라온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은 SUV를 선호하는데 그동안 세단뿐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GV80 등이 나온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법인과 정비를 별도로 분리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면 통할 수 있다”며 “중국인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홍보,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