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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자동차와 전자제어 기술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무선 충전 거치대 위에 스마트폰을 확인하세요.” 기아자동차 신형 K5를 장시간 타면서 전자제어 기술 측면에서 놀라운 것들을 발견했다. 자동차에 달린 많은 기능이 운전자와 소통하고 있었다. 가령 무선 충전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놓고,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 이랬다. ‘스마트폰을 두고 내리는 지 확인하라’고 음성으로 알렸다. 한번은 뒷좌석에 무거운 짐을 놓고, (넘어지지 말라고) 안전벨트를 채운 채로 내리려고 했더니 ‘뒷좌석을 확인하세요’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처음엔 왜 뒷좌석을 보라는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뒷좌석 카시트에 영유아를 두고 내리는 일이 이따금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볼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진=기아차

신형 K5에 담긴 이런 전자제어 장비들은 플레이 인터렉티브(Play Interactive)라는 능동형 안전 기술이다. 운전자 혹은 주변 환경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비슷한 기능들이 이미 현대차 쏘나타나 기아차 K7을 통해서도 선보였다. 터널 연동 자동제어의 경우 GPS가 터널의 위치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 창문을 열고 주행 중일 때, 터널 전에 자동차가 스스로 창문을 닫고, 공조 장치를 실내 순환으로 자동으로 변환한다. 길이가 50m 이하의 터널 이하 터널을 지나거나 터널이 연속적으로 나올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 똑똑함도 보여준다.

 

사진=기아차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한 단계 진화한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켜고 달릴 때 과속 카메라 위치 등을 인지해서 스스로 속도를 낮추고 높이는 기능이다. 과속을 조장하는 기능이 아니다. 실제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장시간 써보면 이해할 수 있다.

능동형(어댑티브)이라는 단어처럼, ACC는 자동차 스스로가 도로의 흐름을 따라서 달린다. 가령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설정할 때, 최고 제한 속도를 도로의 규정보다 조금 높게 두어야 한다. 그래야 앞차가 가속할 때 일정하게 함께 가속하면서 뒤쪽에 따라오는 차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시속 110km 주행 구간에서 시속 125km로 ACC를 설정해두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과속 카메라를 만날 때마다 운전자가 세팅을 변경해야 한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카메라를 만나기 직전에 자동차 스스로가 규정 속도보다 시속 1~2km 이하로 속도를 내렸다. 그리고 다시 속도를 높인다. 모든 과정이 부드럽게 진행됐다.

 

사진=기아차

음성 명령을 통한 기능 제어 기술도 대단히 발전했다. “에어컨 켜줘”, “창문을 모두 열어줘” 같은 직관적인 명령뿐 아니라 “따듯하게 해줘”처럼 다소 이해가 어려운 문법도 이해했다. 물론 아직은 더 많은 것을 인식하고, 상호작용 가능한 기능이 훨씬 많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연어 인식이나 반응속도 측면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풀 디스플레이 12.3인치 계기반도 운전자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주행 모드가 변했을 때 색이나 정보창이 변하는 것 외에도 날씨에 따라 테마가 변하며 운전자에게 간접적으로 주변 상황을 알린다.

 

사진=기아차

ACC로 주행하던 중 앞차가 출발하면 알려주는 ‘전방 차량 출발 알림’, 주행 중 자동차 후측면 사각지대에 장애물이 감지될 때 경고하는 ‘후측방 추돌 방지 보조’ 같은 능동형 안전장치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자동차가 정차한 후 앞/뒷좌석 승객이 차문을 여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때 ‘안전 하차 보조’는 뒤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자동차를 감지하고 차문을 일정시간 잠금을 강제로 유지시킨다. 주차장에서 후진할 때 보이지 않는 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를 대비한 기술도 있다. ‘후방 교차 충돌 방지’는 후진 시 보이지 않는 자동차와 충돌이 판단될 때 스스로 긴급 제동하기도 한다.

 

사진=기아차

이 모든 기능을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테스트해봤다. 그 결과 아주 매끄럽게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변수에 대응해 100%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위험 요소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도 아주 쓸모가 있었다. 한국은 주차장 공간이 비교적 좁다. 그래서 옆 차 때문에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종종 처한다. 이때 자동차에서 내려서 문을 잠그고 원격 시동 버튼으로 차를 깨운다. 그리고 스마트키에 달린 원격 조종 버튼을 통해 차를 앞/뒤로 움직인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매번 연동하지 않고, 스마트키로 곧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아주 효율적인 기능이기에, 익숙해지면 꽤 자주 사용하게 된다.

 

사진=김태영

이런 첨단 능동형 안전/편의 전자제어 기술이 3,500만원 국산 자동차(K5 2.0 풀옵션)에서 현실화된다. 돈 받고 이 차를 광고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전자제어의 기술적 완성에 놀랐기 때문에 강조하고자 한다. 제품 카탈로그에 있는 설명만으론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기능을 경험해보고, 여러 상황에서 사용해봐야만 기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의 전자제어 영역이 점점 늘어난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과 경계가 나날이 무너진다. 그리고 이런 혁신적인 기능들이 자동차라는 가치를 아주 멋지게 바꿔놓고 있다. 국산 자동차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엔 패스트 팔로워 입장에서 이미 시장에 등장한 기술에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앞으론 세상에 없었던 혁신적인 전자제어 기능으로 사용자 시선을 끌어야 한다. 최근에 등장하는 일부 국산차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