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출처: 포춘)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정몽구 회장에 이어 정의선 회장으로 경영 체제가 바뀌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 전기차와 수소차,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급변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 20여년간 ‘품질’을 앞세운 ‘뚝심경영’으로 변방(邊方)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높였다면, 정의선 회장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야만 하는 중책을 맡게됐다. 데일리카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고집스럽게 펼쳐왔던 그만의 경영철학을 되살펴보고, 정의선 회장이 추구해야 할 브랜드의 창조적 파괴와 진화를 위한 또다른 ‘디자인 경영’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코티나는 미국차 포드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조립 생산한 중형 세단인데, 현대차의 첫번째 독자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당시 코티나의 판매 가격은 110만원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코티나는 1970년대 들어 품질 문제로 곤혹을 겪는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던데다, 불량 부품이 사용됐던 탓이다. 그래서 코티나는 ‘잔고장의 대명사’로 통했다.
코티나
택시 운전수들이 많이 탔던 ‘코티나’는 ‘고치나’, ‘코피나’, ‘골치나’로도 불렸다는 말도 전해진다. 코티나는 결국 1971년에 단종되고, 뉴 코티나로 대체된다. 뉴 코티나의 국산화 비율은 41%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1974년 포니(Pony)를 내놓는다.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생산한 고유 모델에 속한다. 이탈리아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을 맡았다. 주지아로는 당시 포니뿐 아니라 폭스바겐의 골프도 디자인했다.
포니와 골프는 사실상 ‘이란성 쌍둥이’인 셈이다. 참고로, 골프는 지난 45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500만대 이상 판매됐다. ‘해치백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딱 40초당 1대가 판매된 꼴이다.
현대차, 1974년에 발표된 포니 쿠페 콘셉트
포니는 미쓰비스 랜서의 후륜구동 방식이 적용됐는데, 국산 승용차로서는 처음으로 에콰도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1976년 당시 포니의 가격은 227만3270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니는 세단과 해치백, 픽업, 왜건 등 다양한 시리즈로 소개됐는데, 1984년에는 단일 차종으로서는 처음으로 50만대 생산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다.
현대차는 1984년에 이르러 그야말로 개발단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만든 고유모델 ‘엑셀’을 내놓는다. 전륜구동 방식이 적용된 엑셀은 ‘좀 더 나아진 포니’, ‘뛰어난 포니’라는 의미를 지녔다.
엑셀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도 판매됐는데, 가격은 저렴했지만, 세련된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해외시장에서 연간 16만여대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모았다.
엑셀
다만, 엑셀은 1980년대 말에 또다시 품질 문제가 거론된다. 수출된 차량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제때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를 ‘현다이(Die)’로 불리는 오명도 낳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970년부터 현대차 서울사업소 부품과 과장을 시작으로 현대차와 인연을 맺는다. 1999년 현대차와 기아차 회장에 이어 2000년부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장을 맡으면서부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다.
1990년대 당시 국내기업에만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와 기아차는 정 회장만의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반열에 오른다. 그가 제일주의로 삼은 건 바로 ‘품질’. 기업 총수 한 사람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이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잖다.
정 회장은 당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믿고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며, 그 기본이 바로 품질이다"라고 늘 강조했다고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전한다. 과거 현대차의 단점으로 지적된 것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셈이다.
“품질은 (현대기아차의) 자존심이자, 기업 존재의 이유”, “품질만큼은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각오를 새기라”는 정 회장의 주문이 이어졌다.
현대 뉴 아반떼 XD
정 명예회장의 이 같은 리더십과 뚝심경영은 현대기아차가 오늘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해외방문을 통해 생산과 영업, A/S 등 부문별로 나뉘어져 있던 품질관련 기능을 하나로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켰다. 매달 품질 및 연구개발, 생산담당 임원들을 모아놓고 품질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품질에 집중했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차량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발 중인 차의 실물을 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만져보고 들여다보며 품질 개선 방안을 하나하나 지시했다는 것.
지난 1999년. 정 회장이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한 후 미국을 방문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정 회장은 충격을 받았다.
NBC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쟈니 카슨 쇼', CBS의 '데이비드 레터맨 쇼'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당시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을 현대차 구매 결정과 비교했을 정도였다.
당시 미국 딜러들은 정 회장을 만나 너도 나도 나서서 차가 좋지 않으니 못 팔겠다며, 좋은 차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오자 마자 제이디파워(J.D. Power)사에 품질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한다. 품질 향상을 위해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는가 하면, 신차 출시 일정도 미뤘다. 극단의 조치였던 셈이다.
정 회장은 여기에 ‘비장의 칼’을 뽑았다. 미국시장에서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를 내세웠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워런티는 ‘2년, 2만4000 마일’이 일반적이었다. 토요타나 혼다 등 일본의 경쟁 브랜드에서는 정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을 놓고 ‘미친짓’이라고 비웃을 정도였다.
제네시스 G80
현대차가 품질을 자신하면서 워런티를 늘리자,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일본차 브랜드들도 ‘3년, 3만6000 마일’로 워런티를 늘리더니, 결국은 ‘5년, 6만 마일’ 보증으로 바뀌게 된다.
정 회장은 2011년 미국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대기아차가 '품질 안정화'를 위해 애써왔지만, 앞으로는 '품질 고급화'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임직원들을 다그친다.
고객이 만족하는 품질 수준을 넘어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감성을 만족시키는 품질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숙제였다.
정 회장이 '품질 고급화'를 강조한 건 현대기아차가 결국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한 해결책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정 회장의 '품질 고급화' 주문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인지도나 선호도 등 브랜드 밸류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 성과는 제이디파워의 신차품질조사 및 내구품질조사, 오토모티브 리스 가이드의 잔존가치 평가 등에서 연이어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입증됐다.
제네시스, 아반떼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 아반떼의 캐나다, 남아공 올해의 차 선정, 쏘나타 중국 CCTV 주관 올해의 차 선정 등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올해의 차' 수상으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앨라배마공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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