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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만트럭, 버스

지난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2019 버스월드는 상용차 시장은 이미 미래차를 향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승용차와는 달리 버스와 장거리 트럭 등 상용차의 정해진 노선과 사업 영역은 규정을 회피할 수 있는 운행 변경의 자유도를 제약하므로 새로운 환경 및 안전 규정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상황이며 자율주행 및 전동화 등 신기술이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사업성의 개선으로 승용차보다 적극적인 채용의 구체적인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시장의 구체적인 요구를 제작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선점할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차례다. 그래서 나는 유럽과 독일을 대표하는 상용차 브랜드인 만트럭버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만(MAN)은 루돌프 디젤이 세계 최초의 디젤 엔진을 제작한 곳이다. 지금이야 디젤 엔진에 대한 이미지가 이전 같지는 않지만 디젤 엔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지금도 유효한 장점인 높은 연소 효율로 내연 기관과 운송 수단의 새로운 미래를 열었던 전환점이었다. 따라서 또다시 자동차의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그들의 준비 상황은 자동차 산업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트럭버스 공장에서 느껴진 첫인상은 깨끗하고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이전의 중장비 공장을 연상하면 곤란할 정도로 이미 변화는 적용되고 있었다. 제품과 서비스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지만 생산 환경 자체도 이미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트럭버스의 본사와 함께 있는 뮌헨 공장은 트럭 조립, 차축 및 캡 생산을 담당한다. 1955년에 BMW의 항공기 엔진 공장을 인수하여 시작한 오래된 건물이지만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용접 불꽃이나 망치 소리가 없다는 것. 거의 같은 차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모델과 용도, 판매 지역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는 주문 조립 생산임에도 조립 현장에서 수정되거나 교정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그것은 차량의 기본이 되는 래더 프레임에 미리 설계되어 적용된 장착용 볼트 홀, 사전에 조립되는 모듈들, 그리고 정확한 프레임에 정확한 모듈들을 공급하면서 조립 공정을 가이드하는 공정 관리 시스템, 그리고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조립 라인에 투입된 첨단 로봇 등이 합쳐진 결과였다. 공장 건문 바깥에 부품 업체로부터 도착한 컨테이너가 그대로 대기하고 있다가 생산 시점에 맞추어 부품을 제공하는 이른바 ‘슈퍼마켓 시스템’은 부품사와 제작사, 그리고 물류 계획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한 단계 발전한 저스트 인 타임 물류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엔진을 생산하는 뉘른베르크 공장은 외관과 실내의 차이가 마치 타임머신을 연상시킬 만큼 극적으로 다른 곳이었다. 1840년대에 세워진 공장 건물이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거의 전자 제품 조립 공장과 같은 청결도를 유지한다. 실제로 이 공장은 가장 엄격한 유로 6 엔진을 생산하면서 기존의 환경 관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업계 최고 수준의 클린 룸 설계가 적용되었다. 즉 공기중의 미세한 이물질이라도 극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최신 엔진의 조립 공정에 끼어들어간다면 성능과 내구성, 그리고 친환경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공장의 환기 시스템은 양압 시스템으로서 정화된 공기가 공장 내부에 대기압보다 약간 높은 압력으로 공급되어 외부로부터 오염된 공기가 침입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나와 같은 외부 방문객은 – 오염 물질의 유입원이므로 – 조립 라인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아예 2층에 따로 마련된 관람로만을 따라 가도록 격리되었다.


제품 측면에서도 만트럭서브는 발빠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모기업인 폭스바겐의 크라프터(Crafter)와 자매 모델인 MAN TGE 미니버스는 이번 2019 버스월드를 통하여 순수 전기 모델인 eTGE를 선보였다. 유럽에서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는 도심에서의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위하여 순수 전기 버스와 순수 전기 미니밴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임을 간파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막내 TGE를 시작으로 구성된 만트럭버스의 버스 라인업은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인 네오플란의 모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기술과 파워트레인 솔루션으로 이미 미래를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 및 유럽 최대의 브랜드인 만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세계 4위의 거대 버스 시장인 우리 나라에 대한 진입 장벽이었다. 우리 나라의 버스 규격은 유럽의 그것과 다르다. 대표적으로 차폭이 2.5미터로 유럽보다 단 5cm가 좁다. 우리의 규정은 유럽에서 이전에 사용하는 규정과 가깝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만의 버스 모델은 우리 나라를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객실을 사용하는 모델이다.


우리 나라와 EU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하여 서로간의 규정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었고 이미 2014년부터 시행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 그 수준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커다란 시장인 우리 나라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진입하기 위하여 만트럭버스는 EU 정부에 의견을 강력하게 제기할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에도 큰 자극제가 될 것이고 오랜 기간 내수 시장에 안주했던 국내 상용차 산업도 승용차처럼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류는 서로에게 새로운 물을 들이는 매우 중요한 촉진제다. 그리고 자극이 없는 고인 물은 썩는다. 썩은 물에는 생명이 없다. 만 트럭은 새로운 시장에, 우리 나라는 새로운 자극제로 상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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