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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현대차그룹, 세계 전기차 시장의 중심에 서다 (1)

지난달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에서 저는 ‘이번 모터쇼의 숨은 승자는 현대차다’라는 말을 SNS에 올렸었습니다. 저의 이번 모터쇼 방문은 취재 목적보다는 컨설턴트로서의 업무 차원의 출장이었기 때문에 보다 깊숙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현대차의 행보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내용을 자세히 정리하여 칼럼 두 편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보여드리는 것이 요즘 같은 격변기에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글이 다소 길더라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유수의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가장 현실적이며 이상적인 전기차’로 인정 받았다

이제 친환경은 가장 큰 과제이자 화두가 되었고 자동차 산업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전동화는 자동차가 친환경에 대하여 내놓은 대답이고 지난 몇 년 동안 그 흐름은 급격하게 자동차 산업의 모습을 바꿔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보다 구체화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전기차 전용 모듈형 플랫폼 MEB를 적용한 폭스바겐 ID.3부터 고성능 전기 스포츠 세단인 포르쉐 타이칸까지 서로 합의라도 한 듯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들을 내세운 것입니다.

현대차는 현행 전기차 라인업의 경쟁력과 미래 전기차에 대한 비전을 모두 강조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리고 제가 업무차 만났던 자동차 업계의 내부자들은 숨은 승자는 따로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현대자동차였습니다. 비록 무대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엄청난 공세를 쏟아낸 독일 브랜드들만큼 넓지 않았지만 현대차의 전시 구성만큼은 매우 탄탄했습니다. 특히 전동화에 대한 폭넓은 비전과 다양한 관점이 인상적이었다고들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 이성과 감성,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모두 아우르는 계획이었습니다.

타이칸을 공개한 포르쉐.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화두는 단연 양산형 전기차였다

◆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주인공, 양산형 전기차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주인공은 단연 전기차였습니다. 물론 최근 열린 다른 모터쇼의 양상도 비슷했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선 보다 현실적인 전기차들이 무대를 채웠습니다. 그동안 공개된 수많은 전기 콘셉트카는 이상적인 성능으로 브랜드 비전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산으로 이어지기까지 콘셉트카는 수많은 제약과 기술적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번 모터쇼에는 콘셉트카를 완성한 양산형 모델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전기차가 드디어 실용적인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의 자동차로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간다는 뜻이었습니다.

폭스바겐은 전동화 라인업의 첫 번째 모델로 ID.3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폭스바겐의 ID.3를 들 수 있습니다. ID.3는 폭스바겐의 전동화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되는 큰 전환점이 되는 모델로서 EV 전용 플랫폼인 MEB를 이용한 첫 번째 모델입니다. 폭스바겐은 ID.3가 3만유로 이하의 가격으로 현실적이며, 이산화탄소 중립을 실현하며, 전기차 고유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도 강조한 모델이라고 설명합니다. MEB 플랫폼을 사용한 ID.3는 넓은 실내 공간은 물론 용도에 따라 45kWh, 58kWh, 77kWh 등 세가지 크기의 배터리팩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발표한 항속거리는 각각 330km, 420km, 550km입니다.

혼다는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도심형 전기차 혼다 e를 공개했다

혼다 e도 이번 모터쇼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작년 바로 이곳에서 공개해서 큰 관심을 받았던 레트로풍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실내는 외관과 달리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디자인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모델이었습니다. 혼다 e는 35.5kWh 용량의 배터리로 한번 충전으로 약 200km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이 이 모델의 용도를 도시형으로 또렷하게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오펠 코르사-e, 세아트 Mii 일렉트릭, 미니 쿠퍼 SE 등 많은 전기차가 이번 모터쇼를 발판 삼아 양산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작은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대중적인 전기차라는 사실입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독일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전비(11.5kWh/100km)를 기록했다

◆ 탄탄한 전기차 라인업과 전기차를 향한 현실적인 접근

현대차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한결 여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새 전기차를 알리기 급급한 형편이 아니라, 이미 구축한 탄탄한 전기차 라인업으로 관람객에게 더욱 바짝 다가간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가 강조한 ‘현재’는 판매 중인 강력한 전기차 라인업이었습니다. 현대차는 독일 등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령 현대차의 첫 순수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비(전력당 주행거리)를 가진 모델로 유명합니다. <일렉트로아우토 뉴스>가 정리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이오닉 일렉트릭(독일 판매명: Ioniq Elektro)은 11.5kWh/100km로, 독일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전비를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폭스바겐 ‘e 업!’과 같이 더 작은 A세그먼트 소형 전기차들까지 따돌리고 얻은 결과라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작년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독일 판매명 Kona Elektro) 역시 항속거리 400km급의 2세대 전기차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전비를 나타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400km가 넘는 항속거리와 실용적인 구성으로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코나 일렉트릭에 대한 유럽 언론 매체들의 반응은 더욱 뜨겁습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코나 일렉트릭은 프로토타입처럼 보이던 다른 전기차들을 밀어내고, 항속거리 논쟁을 끝내며 주도권을 쥐었다. 코나 일렉트릭 덕분에 이제 전기차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코나의 가장 큰 단점을 ‘주문 후 긴 대기 기간’으로 꼽은 자동차 전문지도 있으니, 코나 일렉트릭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습니다. 유럽 언론 매체들의 현대차 전기차에 대한 평가는 ‘가장 이성적인 접근의 전기차’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제조사가 전기차에 너무 복잡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에 반해, 현대차는 비교적 간결한 구성과 현실적인 기술로 우수한 성능과 효율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그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현대차의 전기차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다른 신형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전기차의 필수 덕목인 주행 가능 거리 면에선 오히려 신차를 압도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입니다. 코나 일렉트릭과 혼다 e의 비교가 좋은 예입니다. 둘은 소형차급인 B세그먼트 모델입니다. 하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SUV로 실용성이 더 뛰어나고 출력 면에서도 혼다 e를 압도합니다. 혼다 e는 최고출력 113kW로 0→100km/h에 8초가 걸리는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150kW로 0→100km/h를 7.6초 만에 해치웁니다. 주행 가능 거리의 격차는 더욱 큽니다. 혼다 e는 35.5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20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64kWh 배터리로 482km(WLTP 기준)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코나 일렉트릭은 39kWh 용량의 도심형 배터리 옵션도 제공합니다.

물론 혼다 e가 나은 점도 있습니다. 혼다 e는 앞뒤 50:50의 무게 배분과 뒷바퀴 굴림 방식을 채택해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코나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최적의 대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폭스바겐은 ID.3를 통해 전기차 대중화와 대대적인 전동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이라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이끄는 매우 중요한 모델인 폭스바겐 ID.3도 코나 일렉트릭과의 경쟁 관계입니다.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참신한 디자인, 증강현실 HUD 등 참신함이 눈을 끌기는 하지만 차 대 차, 그러니까 ID.3와 코나 일렉트릭을 단순히 비교하면 ID.3의 매력이 의외로 크지는 않습니다. 작년에 출시된 코나 일렉트릭이 ID.3와의 스펙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ID.3는 세 가지 배터리 옵션을 준비합니다. 이 중 ID.3의 출시를 기념해 제작된 퍼스트 에디션의 경우 58kWh의 배터리를 탑재해 420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제공합니다. 즉, ID.3의 초기 핵심 모델은 58kWh인 것입니다.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64kWh 배터리로 482km의 항속거리(WLTP 기준)를 제공합니다. 단순 비교로도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 가능 거리가 더 긴 것입니다. 그리고 코나 일렉트릭의 효율과 성능은 이미 인증기관과 소비자들을 통해 검증이 끝난 상태지만, ID.3의 항속거리는 아직 미정이고 예측치도 코나보다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ID.3가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어느 만큼의 효율을 발휘할지 궁금합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배치하고 전기모터를 엔진룸에 탑재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물론 ID.3의 최대 장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입니다. 엔진룸 크기를 줄여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고, 낮은 무게 중심 설계로 주행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코나의 라인업 중 하나로서, 내연기관 엔진도 소화하는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깔아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고, 엔진룸에 2세대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는 쉽고 간단한 접근법으로도 상당한 성능과 실용성을 뽑아냅니다. 몇몇 유럽 언론 매체가 칭찬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간결한 구성과 현실적인 기술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현대차는 EV 콘셉트 45 통해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존재를 알렸다

아울러 현대차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EV 콘셉트 45를 통해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E-GMP는 실내 공간을 극대화한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 전용 모듈형 플랫폼입니다. 현대차는 향후 등장할 전기차는 모두 E-GMP 기반으로 완성된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의 2세대 전기차는 간결한 구성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이미 호평을 받은 현대의 전기차들이 새로운 플랫폼과 함께 더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 독일 현지의 관심을 받은 포인트였습니다. 그리고 현대차는 더 많은 미래의 전기차 플랜을 함께 선보였습니다. 그 부분에 더 큰 놀라움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차를 숨은 승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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