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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다이슨과 전기차

돌풍 자신하던 다이슨, 전기차 시장에서 황급히 발 뺀 까닭

다이슨이 특허출원한 전기차 디자인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다이슨이 전기차 프로젝트를 취소했습니다. 몇 해 전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이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했을 대중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었습니다. 첫째 반응은 다이슨이라면 더욱 기대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이슨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진공청소기 시장의 판도를 순식간에 완전히 뒤집어버린 돌풍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은 헤파 필터를 사용해서 깨끗한 공기가 나오는 청소기는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이슨은 원심분리기의 원리로 공기와 먼지를 분리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매우 빠른 회전속도를 발휘하는 모터가 필요했고 다이슨은 이 핵심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다이슨은 로봇 청소기도 만들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일전에 제가 다른 칼럼에서 이야기했듯 무선 로봇 청소기는 근본적으로는 자율주행차와 일맥상통합니다. 다양한 상황에도 멈추거나 오판하지 않고 집 구석 구석을 청소한다는 목적에서는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으로 주행하는 도시형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습니다. 대부분 자동차라는 것이 결코 만만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자동차 산업이 비상장 개인 기업인 다이슨이 감당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존 업계 입장에서 ‘개나 소나 다 자동차를 만들려고 한다’는 자존심이 상한 것에서 나온 표현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이슨이 프로젝트를 취소한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었습니다. 즉, 전기차가 돈이 벌리는 아이템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우리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은 절대 시장성이 이끌고 있는 마켓 드리븐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개인 기업인 다이슨이 명료하게 지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지금 당장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이 사라진다면 전기차를 살 소비자들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제작사의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전기차의 수익성은 내연기관이 만드는 환경오염 페널티를 경감시키는 효과와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크레딧 등 간접적 이익으로 ‘산출’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직접적인 것들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이미지나 정부와의 관계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 다이슨의 프로젝트 취소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이고 제품은 상품일 뿐’이라는 가장 명료한 기업과 시장의 정체성을 일깨워줬습니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다이슨은 자신의 기술력을 과신했던 면도 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야심찬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큰 비용과 난관을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자본력과 전자 및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려던 ICT 기업들이 구글 웨이모를 제외하고는 슬슬 발을 빼거나 사업 계획을 현실화하는 것과도 연관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이슨 자동차가 자국 내에 자동차 브랜드가 없으며 높은 구매력과 전기차에 안성맞춤인 싱가포르를 생산지로 선택한 것도 아이러니하게 걸림돌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 결정은 싱가포르 시장보다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것이었고 중국 자동차 시장의 둔화와 자국 전기차 브랜드의 성장, 전기차 보조금 중단 예고, 그리고 아시아의 전반적 경기 둔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슨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면서 얻은 기술들을 자신들의 제품 라인업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다이슨 제품 만족도에서 가장 아쉽다는 배터리 수명에도 큰 발전이 있을 것이고 로봇 청소기의 센서 및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발전될 것입니다. 그리고 센서 기술은 청소기의 자동 프로그램 선택 기능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이슨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교훈 하나를 얻었을 겁니다. 자동차는 생각보다 복잡한 제품이고 복잡한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면을 애써 외면하며 마케팅에만 주력했던 거대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야!’라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의 황금률을 모든 사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