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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현대차 그룹의 선택

[칼럼]현대차그룹의 선택, 최선인가 최악인가

오토타임즈 |입력 2014.09.29 14:01
삼성동 한전 부지가 화두다. 현대차그룹이 시장가격보다 높은 10조원에 인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무리한 투자라는 분석과 미래를 내다 본 과감한 결정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팽팽하다. 또한 일부에선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테마파크'를 지을 것이란 보도를 쏟아냈다. 그리고 비교 대상으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마련된 폭스바겐 본사의 아우토슈타트가 언급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반된 시각은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현실 세계의 경제적 잣대를 준용하면 자동차회사가 부동산 매입에 10조원을 쓴 것은 무모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새로운 공장도 아닌 데다 도심 한복판에 주행 시험장을 만들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부지 매입이 확정 발표된 후 주식 가치가 하락했고, 경제 돋보기만 손에 쥔 사람들은 '승자의 저주' 운운하며 현대차의 선택을 비판했다.




반면 미래 관점에서 본다면 현명한 투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그간 줄기차게 소재와 부품 사업을 넓혀 왔고, 완성차 판매는 해외 메이커 견제를 받을 정도로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1998년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를 맡은 뒤 2000년 그룹 매출 총액은 34조원에 불과했지만 16년 동안 줄기차게 덩치 키우기에 집중한 결과 매출은 166조원, 계열사도 5곳에서 50여개로 늘었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었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전 부지 인수는 자동차산업 환경 급변에 따른 미래 대비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100년 미래가 담보되려면 인재가 확보돼야 하고, 그러자면 근무 환경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 현대차는 130년 지속된 내연기관 자동차가 저물어 간다는 점에서 신소재와 IT, 전기전자 등의 인재를 꾸준히 영입해왔다.



그러나 걸림돌은 고급 인재일수록 도심에 남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양재동 사옥 일부를 연구동으로 활용했고, 나아가 불발됐지만 농협이 보유한 본사 앞 하나로마트 부지 인수를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본다면 삼성동 땅은 고급 인재 영입을 위한 그룹 전체의 투자이고, 100년 이상 지속은 사람을 통해 이뤄가겠다는 의지와 다름없다.




그런데 고급 인재의 도심 선호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대우차와 현대차가 경쟁하던 시절 고급 인력이 몰렸던 곳은 대우차였다. 근무지가 부평에 위치한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반면 현대차는 남양이나 울산 근무여서 국내는 물론 해외 연구 인력 확보에도 애를 먹었다. 이런 현상은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유능한 인재일수록 '분당 이하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난 배경이다.


그렇다면 왜 '100년'일까. 이유는 숫자가 주는 상징성이 크다. 현재 남아 있는 글로벌 완성차 대부분은 마차에서 자동차로 본격 바뀌기 시작한 1900년대 전후로 설립됐다. 이후 100년이 넘은 지금 오랜 역사를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한다. 불과 60년밖에 되지 않은 현대차로선 결코 물리적으로 넘을 수 없는 시간의 벽이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면 달라진다. 적어도 역사와 전통에선 명함(?) 정도 내밀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마차를 대신했던 자동차 산업에서 내연기관의 몰락(?)은 산업을 예상보다 빠르게 재편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달라질 100년이 지속되려면 인재 확보는 반드시 선점해야 할 절대 과제였던 셈이다.



장수기업 모임인 에노키안협회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3,000여개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유럽이 800개, 미국 14개, 중국 9개, 일본 4개 등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중 자동차회사는 없다. 자동차가 본격 등장한 게 130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가 IT를 만나 새롭게 진화 중이다. 덕분에 후발 주자에게도 경쟁력 확보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를 본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부지 인수로 기회를 만들었고, 그 곳에 그룹 내 다양한 연구 시설을 마련해 블랙홀에 버금가는 인재 영입으로 미래를 대비키로 했다. 한전 부지 인수에 경제적 가치를 매기지 않은 진짜 이유였던 셈이다.




자동차에 있어 지금부터 100년은 '스마트'가 대세다.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던' 시대에서 '(정보를) 연결하고, 얻고, 보내는' 역할이 커지게 된다. 현대차그룹도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스마트 기기'로서 자동차를 인식한다. 그리고 100년을 준비하려면 100년 동안 핵심 인재들이 머물 도심 내 대규모 공간이 필요했다. 한전 부지는 인재 확보의 시발점이었고, 10조원은 사람에 대한 과감한 투자였던 셈이다.


이곳에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자동차 테마파크를 짓는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폭스바겐이 직접 들으면 웃을 일이다. 현대차 부지와 볼프스부르크 아우토슈타트는 규모 면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아서다. 굳이 연결시키는 건 무모함, 그 자체다. 현대차그룹에 절실했던 것은 인재 확보이기 때문이다. 삼성보다 신입사원 연봉이 높아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선택을 바라보는 시선은 현재와 미래, 둘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갈등이다.

권용주 기자soo4196@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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