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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도요타 리콜과 그후(퍼온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공인연비(燃費)'를 강등당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 1위에 복귀한 도요타의 저력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도요타는 2008년 리먼 쇼크, 엔고(高) 지속, 브레이크 오류 관련 1000만대 리콜, 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에 따른 부품 공급망 붕괴, 유럽 재정위기 등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 판매 급락까지 잇따라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는 이런 위기들을 통해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각종 악재 속에서도 올해 글로벌 판매 1위가 유력하고, 14조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산업연구원 조철 주력산업팀장은 "달러당 80엔 아래의 엔고 상황이 끝나면 더욱 무서운 경쟁력으로 현대차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2일 증시 마감 이후 공표된 미국시장 연비 파문으로 5일 이후 증시나 업계 전반에 큰 불안감을 안겨줄 전망이다.

◇리콜 사태 이후 조직 완전히 바꿔

2009년 말 사장에 취임한 창업자 가문 출신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56)는 그해 말 터진 리콜 사태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조직체계를 크게 바꿨다. 예전에는 업무 담당과 지역 담당 등 책임자가 여러 갈래로 나뉜 탓에 현장 보고가 상층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고 속도가 늦어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아키오 사장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본사의 품질본부에서 모든 결정을 하는 본사 통합 체제를 만들었다.

또 홍보를 사장 직속으로 바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최고경영진 판단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대랑 리콜 사건 때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엔지니어들 말만 믿고 대응을 미뤘다가 사태를 키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키오는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고객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도요타의 리콜은 선제 대응과 고객 사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또 자회사로 한번 '좌천'된 임원이 본사에 재기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이런 경계가 사라지면서 조직의 역동성이 되살아났다. 올해부터 제품 총괄을 맡은 가토 부사장은 특수차량 전문 자회사로 좌천됐다가 복귀했고, 작년부터 도요타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후쿠이치 상무는 유럽 지사 등 해외를 전전했다. 도요타에서는 본사를 벗어나면 승진에서 밀린다는 룰이 있었지만, 아키오 사장은 이런 순혈주의를 깨고 조직에서 가장 일 잘하는 인재를 발탁해 전권을 맡겼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최근 본사 의사결정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핵심 현안에 집중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제품의 매력 강조… 신흥시장 확대에도 청신호

과거의 도요타 차는 품질·연비는 뛰어나지만 재미없는 차로 통했다. 그러나 아키오 사장은 "고객이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차는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보급형 스포츠카인 86을 시판한 것도 그런 이유다.

도요타의 새로운 전략은 '신흥국 시장 중심의 저가차 확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보급', '운전이 즐거운 차 제공' 등 3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이 3가지 방향에서 모두 최강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도요타는 특히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신흥시장 판매전략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현대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흥시장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

도요타의 신흥시장 판매 비중은 2008년까지 35%에 불과했지만, 불과 3년 만인 작년에 45%까지 높였다. 2015년까지는 신흥시장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2000년 54만대에 불과했던 신흥국 현지 생산능력도 내년까지 310만대로 늘려 현대·기아차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 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 공급망의 문제점도 개선했다. 대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날 경우 부품 공급망 어디에서 구멍이 나는지 빨리 파악한 뒤, 늦어도 2주 안에 다른 지역으로 부품 생산기반을 옮겨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백업 시스템을 완비했다.

☞도요다와 도요타

모기업인 도요다자동직기회사에서 1937년 분리된 도요타자동차의 발음도 원래는 모기업과 같은 '도요다(豊田)'가 될 뻔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렵고 또 모기업과 구분해야 한다는 당시 의견에 따라 '도요타(Toyota)'로 바꿨다. 그러나 창업 가문 이름은 그대로 도요다로 발음한다. 또 한국에서 토요다·토요타로 발음하지 않는 것은 일본어의 'T'발음이 단어 맨 앞에 올 경우 'ㄷ'으로 발음한다는 외래어표기법 때문이다. '도쿄(Tokyo)'를 '토쿄'로 표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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