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 SOS!]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 T社 한국법인 사장의 고민
직원들 책임 미루고 이기적 행동… 팀워크 부족해 마치 外人구단 같아
가뜩이나 업계 경쟁 치열한데 두 자릿수 이직률도 골치
조직원들 마음 한데 모으고 으쌰으쌰하는 회사 만들고 싶어
외국계 중소기업으로 자동차 관련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5년 전 한국에 진출했고, 기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3년이 조금 안 됐다. 글로벌 본사는 세계 시장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2년 반쯤 전 처음 부임했을 때는 적자 폭이 컸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 본사가 가진 기술이 향후 시장성이 높아 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직원들의 화합 문제이다. 총 60여명의 직원 중 사무직이 3분의 1, 생산·현장직이 3분의 2 정도이다. 구성원의 성격과 배경, 하는 일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 쉬운 사무직과 현장직 사이도 문제지만, 20명이 조금 넘는 사무직 사이에서도 갈등이 눈에 띈다.
직원은 경력직이 대부분이다.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난 편이다. 그런데 팀워크가 부족해 마치 용병이나 외인구단 같은 느낌이다. 회의 때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거나 이기적으로 구는 모습이 발견되고, 심지어 뒤에서 다른 직원의 흉을 보는 사람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본사에도 핵심 가치나 비전이 있지만, 우리 나름대로 핵심 가치도 만들었다. 직원 만족도 조사도 하고, 최근에는 전 직원 1대1 미팅도 실시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월 1회 경영 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칭찬 카드 나누기와 생일 파티, 야유회 같은 이벤트도 한다. 그런데도 갈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갈등이 두 가지 면에서 크게 문제가 된다. 첫째, 작은 회사일수록 직원 한 명 한 명이 공수부대처럼 일당백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갈등이 업무 효율을 저해한다. 둘째,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다. 아무래도 회사가 크지 않으니 복지 혜택이 부족하고, 다른 국내 기업 임금 수준이 외국계 기업 못지않게 많이 올라 임금 부분에서도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분위기까지 나쁘면 이직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처음 부임했을 때에 비해 이직률이 크게 줄기는 했고(2010년 52%→2012년 25%), 특히 올해는 한 자릿수로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업계 경쟁이 치열하고, 외국계 회사다 보니 헤드헌터들도 자꾸 우리 직원에게 군침을 흘리며 남몰래 접근해 이직의 유혹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조직원의 마음을 모으고 서로 협력해 '으�으�' 하는 회사로 만들 수 있을까?
SOLUTION!
문제 있는 조직엔 반드시 '문제 간부' 있어
정충시 태경산업 CEO
(전 스위스 오미아그룹 동아시아 총괄 회장·CEO 지식나눔재단 회원)
세 가지를 권한다. 첫째, CEO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섬기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입사 경력이 짧은 간부와 직원들은 자신이 인정받기를 원하는데, 이때 CEO가 관심과 배려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문제가 있는 조직에는 반드시 부정적 사고를 가진 간부들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울물을 흐리듯 간부 한 명의 부정적 생각이 전체의 화합을 쉽게 깨뜨린다. 이런 간부에 대해서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개별 면담을 해야 한다. 동료나 부하 직원의 평가도 들어봐야 한다.
우선 자기 경력과 역량에 맞는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간부 사원의 경력과 업무 능력, 해외 본사와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 과거 직장의 직위 및 처우, 나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서 부당한 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독불장군식 간부도 있다. 자기 실력과 경험만 과신하고 비협력적인 부류이다.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꾸도록 하고, 도저히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셋째, 지금처럼 화합을 다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교육 기회를 더 제공해 주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확립하며, 공동으로 불우 이웃에게 봉사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個人보다 집단의 성과에 대한 보상 높여야
권상술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T사는 역량이 뛰어난 경력직이 많이 입사하기 때문에 견해차도 많고 이해관계도 많이 다를 것이다. 모든 직원이 함께 참여해서 비전을 설정한다면 이해관계를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전을 설정할 때에는 단순히 '매출액 얼마에 이익 얼마가 되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진정으로 바라는 회사의 미래상을 정해야 한다. 1박 2일 정도의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회사 모습을 그려 보게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할 것인지 함께 이야기해 보라.
그러나 비전을 설정해도 자신에게 직접적 혜택이 없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따라서 역량 평가 또는 능력 및 태도 평가를 할 때 '협동심' '팀워크' 또는 '다른 부서에 대한 협조' 같은 항목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상 시스템도 개인 성과보다는 집단의 성과 또는 회사 전체의 성과를 근거로 제공하는 보상의 비중을 높일 때 협력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1990년대에 위기에 처했던 IBM을 변혁시킨 루이스 거스트너 회장이 임원 보상액 중에서 회사 전체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비율을 크게 늘림으로써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한 전례가 있다.
'모든 답은 직원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어떻게 해주면 서로 협력하며 '으�으�' 하며 일하겠는가?"라고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회사를 떠나지 않았겠는가?" 하는 질문도 진솔하게 던져 보기 바란다.
離職 막으려면 복리후생보다 급여가 중요
김기령 타워스왓슨 코리아 대표이사
T사의 경우 이런 요인 중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직원 의식 조사, 퇴직자 인터뷰, 직원들과 포커스그룹 미팅을 권한다. 빠른 방법을 원한다면 퇴직자 인터뷰가 좋다. 경영진이나 인사부서에서 인터뷰를 실시하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외부에 인터뷰를 의뢰하는 기업도 많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동종업체 대비 급여와 복리후생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둘 다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면 복리후생보다는 급여에 먼저 초점을 맞추길 권한다. 급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T사의 경우 직무 분석도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직원 모두가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를 작성하게 해 나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성과 평가와 보상 제도를 명확하게 하는 작업도 요구된다. 신설 기업일수록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성과인지, 집단 성과인지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직원을 스카우트할 경우 경력과 영어 구사력이 선결 요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직과 동화되지 않는 인력, 조직에 긍정적인 분위기보다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인력은 아무리 훌륭한 요건을 갖췄더라도 채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