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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속리산

"야! 수야 이번 주말에 비가 많이 온단다"

같이 가자고는 했는데 비가 온다니 보통 걱정이 아니다.

비오면 산에서 사고 날까봐 걱정...우중산행에 대한 아무른 준비도 없는 것도 걱정..

그보다도 더 맘에 걸리는 것은 비오는데 산에 간다고 집사람의 빈정거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솔직한 맘은 이번에 연기됐단다 라고 하는 대답을 듣고 싶었게 사실이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간단다" 솔바람의 회신이다.

"야! 그라몬 뭘 준비해야 되노"

"우비는 내가 가지고 갈꺼니.......갈아입을 옷이나 가지고 온나"

"그라고 밥은 내가 준비해갈꺼니까..일욜 사당역에서 보자"

항상 이렇게 챙겨주는 우리 친구 솔바람이 너무 고맙다.

 

"등산 스틱이 그렇게 갖고 싶다고 했다면서 이번에 하나 장만해요"

햐! 집사람이 꺼내논 생각치도 않은 소리다....

"아이다 없어도 된다..그 돈도 제법 비쌀 건데 괜찮다"

그리고 금욜밤에 무조건 등산용품 집으로 끌고간다.....

스틱을 사니....얼마전 부터 사려고 했던 바지도 티도 보인다....

40% 세일이란다.....이것 저것 입어보란다....

"요게 젤로 맘에든다".......얼른 젤로 싼거를 하나 선택했다......

요즘 작은놈  땜에 돈없다고 투털 거려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이렇게 생각해주니 정말 고밉다. 

 

속리산....

사람이 세속을 떠나지 않아 산이 세속을 떠나 자리했다는 속리산이다.

20여년 전에 한번 문장대에 올라보고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던 곳이다.

해발 1100정도라 오늘은 제대로 고생 함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의 출발은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우중산행의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다.

좋은 사람들 팀과 약산님, 바다, 솔바람, 다람쥐님, 늘푸름님, 멋진남자....그리고 첨 뵙는 미르님, 온달님, 이....님(성함이?)..그래도 지난 몇번의 동행으로 오랜 만의 조우에 진한 아슬산악의 우의를 느낀다.

"보고싶은 데...왜 이리 오랜만에 나와요"......

우리 다람쥐님의 살겨운 목소리는 항상 정겹다.

전에 닉넴 하나 지어 달라고 했는데...ㅠㅠ...

"다람쥐 형님! 素山(소산:작고 소박한 산)이라고 하는 게 어떻습니까".....어울릴 것 같은데....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와는 촉촉하게 맘을 가라앉게 할 정도의 보슬비는

이제 짙 푸르게 변해가는 녹음과 어우려져 녹우가 되어가고 있어

한바탕 녹색의 감동을 주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등산로의 초입으로 부터 시작된 무성하게 자란 푸른 나무숲의 덩굴속에서

후두둑 거리는 비방울의 나뭇잎 때리는 녹우의 향연과 걸음 걸음 촉촉하게 다가오는

발딛음의 부드러움으로 인해 먼 추억의 생각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만난 것도 인연인데 마지막으로 보는 당~신"

병목님 구름이 많아 이 노래가 떠 올랐나......

그렇다. 자꾸 그노래 가사를 생각케 만드는 그런 날이다.....

이 노랠 처음 듣는다는 늘푸름님....ㅎㅎ....사연이 있는 노래 같아 싫단다.....ㅠㅠ

"옛날 아주 깊이 숨겨 놓았던 가슴아픈 추억이 생각나 맘이 아파 그런가요...누님"

그러면서도 늘푸름님 "나도 가슴아파 봤으면 좋겠다"단다.....

가슴이 아픈게 아니고 그렇게 가슴아픈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라는 데....

다들 이제 불혹을 너머 입신(?)의 경지에 들어가야 할 때도 돼가지만

오늘의 짙은 녹우와 회색빛 등반길은 우리를 가슴아린 사랑의 추억 속으로 넣고 싶어 했단 것같다. 

 

"아리 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바다가 제법이다.

노래방에서 노래 실력은 음치의 표본이었는 데....바다의 그 음색이 창에 이렇게 어울릴 줄은 몰랐다.

아무렇게나 둘러대어 지르는 창이 제법보다는 어울린다.....바다의 성격에 걸맞게 어울린다...

역사학과에 입학했다고 하다니만 창까지 배운다네.....항상 그렇지만 대단하다.....

뭔가를 항상 행동으로 만들어 갈려고 하는 바다의 모습이 항상 부러웠는데

다른 건 몰라도 창은 정말 제대로 함 해봐라....득음 할때 까지.... 

 

계속된 발걸음은 2시간여를 지나가고 있다.

이제 다들 좀 지쳐가는 듯하다.

어제는 월드컵 축구본다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못먹고 나왔는데...

"밥먹고 합시다!"

다른 팀에서 막걸리를 한잔 먹고 올라가란다.

시원하게 뼈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늘푸름님이 역시 나이는 못속이는 지..힘겨워한다.

미르님은 늘푸름님의 베낭을 자신의 베낭속에 넣는다....

"가방에 가방을 넣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ㅎ...

질퍽한 농담에 멋있게 받아 넘기고 다들 한 가득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도와 줄 수 있고 도움을 청 할 수도 있고 얼마나 아름다움인가.

내가 가지고 있던 스틱을 사용하라고 전해본다.....

감사하단다...

"스틱에 스프링이 있는 데...스틱에서 전기가 오네요"늘푸름님 말이다...

...스틱이 놀라서 그런가 봅니다...예쁜 누님이 사용하시니...

 

먹구름으로 꽉 차있던 하늘이 좀 밝아 지는 것 같다

이제 하늘 공간이 보인다....정상에 다왔다는 것 아닌가....

헬기장이다....밥먹고 가자는 원성도 많다..........

하지만 앞으로 300m 앞이 천왕봉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아닌가

약산님의 독려다, 그렇게 하자...이제 빗방울은 거의 멈춘 상태다.....

그보다도 이제 우리가 구름의 윗부분에 있어 거런건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든다.

드디어 1차 목적지인 천왕봉 등정에 성공했다.....해발 1058m.....

기념사진을 찍기위해 모였는데 바람이 쎄다.

우리를 들러싸고 있는 구름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바다가 한소리 한다..

"눈으로 보이지 않으면 맘으로 보면된다고 한다"...그렇다...그러면 더 많은 것이 보일지도 .....

 

정상을 뒤로 하고 식사시간이다.

항상 식사시간이면 미안함이 정말 많다.

언젠가 나도 따뜻한 밥도 준비하고 반찬도 준비하고 해서 나누어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특히 우리 솔바람한테는 정말 감사한다.

이번에도 토욜 집사람 ..심기를 건드려. ㅠㅠ...아무것도 준비를 못했네

막걸리에서 부터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신 회원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근데 우리 다람쥐님이 보이질 않는다.

좀 시간이 지나서야 속이 편치 않다면서 도착한다.......떡 때문에.....식사도 못하신다...

그보다도 그렇게 해서 남은 산행이 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하여튼 다시 출발....문장대로 가야 한단다....

몇개의 봉우리를 넘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한다......

역시나 다람쥐님이 산행이 어렵다....계속해서 쉬어가잔다.

그러면서 우리 식구들도 같이하니...역시 우리 식구가 곁에 있어 좋단다...

 

"오늘 산에가자고 꼬신사람이 누구냐".....미르님 소리다

"왜 이렇게 어려운 산행을 하냐".....리더에 대한 불만이다.....ㅎㅎ.....

이게 다 다람쥐님에 대한 배려였다.....늦어진 시간에 다람쥐님이 미안해할까봐.....

"다람쥐님 덕분에 우리도 잘 쉬면서 산행 했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시간 정도 시간이 지연되었다고는 하지만 무사하게 마칠 수 있었던게 다행이다.

그중에서도 계속해서 같이 챙겨주시던 하얀천사님도 감사하다.

전직이 천사였다고 햇다...역시다...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던 능선길은 구름으로 인해 자연의 풍광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불쑥 앞으로 다가오는 검은 거대한 그림자같은 바위의 모습에서,

또는 문장대의 거대한 바위에 올라 망망대해의 바다속의 비구름으로 인해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바람을 타고 휘감아옴을 느낀다.   

어느 누가 속세에서 떠나있는 나를 함부로 대하려고 하느냐는 하늘로 부터의 경고가 내리는 듯하다. 

 

정상에 오름으로서 우리는 또 하나의 작은 도전에 결실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 또한 새로운 하나의 출발점이 불과한 것 아닌가.

항상 더 낮은 모습으로 세상으로 나아갈 때 세상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안겨줄 것이다.

 

차갑게 몸을 흔드는 정상에서의 강한 바람도

문장대의 말없이 서있는 바위를 비켜지나고 있었다

구름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문장대의 바위였지만......

그는 분명 속세를 떠나 홀로 변하지는 않음을 지키고 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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