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꽁트1

통계꽁트-냉철한 사고를 가진 가족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저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식사를 하지만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  막내의 기말고사 성적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 회귀분석은 못마땅한듯 밥을 먹지 않고 국에 밥을 말아 이리저리 숟가락으로 휘젓고만 있다.

 그러더니 못참겠다는듯 작은 한숨을 내쉬며 얘기를 꺼낸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하니 그래.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야. 내가 볼 때 하루 한 시간 게임을 하면 전체 평균 정수가 10점이 내려가게 되어 있어. 점수를 회복할려면 하루 30분으로 줄어야해."

 그 말을 듣던 분산분석 아버지는 고개를 흔들더니 
 "그렇지 않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점수대를 살펴봐야해. 두 시험의 분포가 같다고 할 수가 없어. 이번 기발 고사의 전체 평균이 중간고사 보다 낮어. 그러므로 이번 점수는 내려간 것이 아니야."

 그 말을 듣던 아내는 화가 난듯 숟가락을 식탁에 탁 내려놓으면서
 "아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게임 시간과 성적과의 관계의 상관관계가 0.9나 된다고요."

 아버니는 묵묵히 듣고 있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평균을 봐야지. 문제가 어려웠다면 내려가는 것이 당연하지."  

 그 옆에 판별분석인 첫째 딸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우등한 그룹과 열등한 그룹으로 보았을 때, 막내는 우등한 그룹으로 판별 되므로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성적이야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 옆에서 묵묵히 앉아 밥을 먹던 둘째 아들 요인분석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문제를 그렇게 간단하게 보시면 안됩니다. 모든 문제는 복합적으로 관계된 요소가 있습
 니다. 지금까지 막내의 생활을 살펴보면 게임하는 시간이 늘었고, 책을 볼 때 집중력도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15분이나 늦어졌습니다.

 잠시 물을 한모금 들이킨 요인분석 아들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하나의 요인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부모님에 대한 신뢰문제입니다. 전에 중간 고사 때 점수 오르면 휴대폰 최신형으로 바꿔주신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그 약속을 어기셔서 막내가 불만이 쌓인 것이아닌가 여겨집니다."

 그 말을 듣던 아버지는 아내를 보고
 "아니, 당신 그거 아직 안사준거야. 애들하고 한 약속은 지키라고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나."

 그 소리를 듣던 어머니는 다시 화가난듯 먹던 숟가락을 식탁에 탁 놓더니

 "정말 그것 때문이야, 막내야 정말 그것 때문이야 막내야?"

 판별분석 딸이 기회이다 싶어서 재빨리 끼어들었다.

 "맞아요 엄마, 엄마는 그런 면이 많아요. 저번에 스커트 사준다는 것도안 사주셨잖아요."

 뒤질세라 요인분석 아들도         
"저번에 장학금 타면 MTB자전거 사준다는 것도 그냥 넘어 가셨어요."

 수세에 몰리는 어머니는 안되겠다는 듯 식탁을 치면서 일어섯다.
"모두 조용해, 지금 막내 성적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막내야 네가 얘기해.
 정말 휴대폰 안바꿔줬다고 성적이 내려간거니."

 그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막내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어기, 소문으로 듣던대로 다들 냉철한 분석을 하고 계시네요. 죄송한데요. 저는 여기 막내가 아닌 다른 군집의 소속입니다. 저는 오늘 놀러온 막내의 친구 군집분석이고 제 친구이자 여기 가족인 시계열분석은 간장사러 수퍼에 갔습니다."

 그제서야 모든 가족들은 막내가 아닌 막내친구가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아 얘기를 듣던 할머니는 혀를 쯧쯧 차면서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아나. 지 아무리 어려운 기법 배웠다고, 지 똑똑하다고 설치면 뭐하노 지새끼도 모르고 생지랄떠는데. 지 새끼인지 아닌지 아는 건 표본추출도 아이고 눈만 제대로 달렸으면 다아는거다."

 표본설계 할머니는 숟가락을 식탁에 탁 놓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