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대 청소 노동자의 죽음을 접하고 시험등 관리자의 갑질행태에 대해 우리사회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가졌는 데.. 그 관리자인 팀장의 얘기를 보면서 이런 분들이 우리 사회를 정말로 변화시켜갈 것인데하는 생각과 그 분의 노력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퍼온글....
“미화원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저는 인사권도 평가권도 없는 선생님들과 같은 ‘을’인데 어떻게 ‘갑질’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대 청소 미화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배모(42) 팀장의 말이다. 배 팀장은 “저는 밑에 직원도 없고 승진이나 연봉 인상 같은 것도 없는 선생님들과 똑같은 직원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소에도 청소 미화원들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고 한다. 자신에게 ‘팀장’이라는 명패가 있었지만, 그 역시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사에서 자체 채용한 무기계약직 직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망 사건이 터지고 민주노총 등이 서울대 청소 업무 환경과 갑질 의혹을 제기한 이후 배 팀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일 관악사 회의실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났다. 배 팀장은 “고인의 명예에 누가 될 것 같아 진실이 자연스럽게 밝혀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점점 방향이 이상해지고 다른 직원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도 물의를 끼치는 격이 돼 직접 바로 잡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건 서류가 쌓여진 책상이었다. 배 팀장이 직접 작성한 A4용지 9페이지짜리 경위 설명서와 그동안의 업무 보고서 그리고 지난 2013년 입사 이후 미화원 선생님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자료 등이었다.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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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업무로 인해 소통 못 한 내 탓”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청소 미화원 이모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뒤 민주노총과 유족 등은 배씨의 갑질 등이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불필요한 시험과 복장 규정 그리고 전례 없던 불시 검열 등으로 고인과 동료 미화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배 팀장은 자신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모두 선생님들을 단순 미화원이 아닌 서울대 교직원으로서 대우받게 해드리고 싶었던 의도였다”면서도 “선생님들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셨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업무가 많아졌다. 시간이 부족해 선생님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제 탓”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기숙사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고 있다. 24시간 기숙사에서 상시 대기하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역, 소독뿐만 아니라 확진자의 병원 이송과 남은 인원들의 격리까지 담당한다. 지난달 1일 기숙사 ‘안전 관리팀장’으로 부임하며 두 가지 업무를 겸하고 있다.
배 팀장은 학창 시절에 식당,주유소,스포츠센터 등에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생활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느낌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3년 전쯤에는 외부인이 기숙사에 찾아와 미화원 선생님에게 욕을 하며 도둑 취급한 적이 있었다. 청소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시선을 받는 것을 직접 겪고 목격하다 보니 선생님들에게 대우받는 느낌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 모 팀장이 직접 준비한 서울대 기숙사 미화원 선생님들의 명패. 직함은 모두 '직원'으로 동일하다. 배 팀장의 명패는 맨 왼쪽에서 가장 아래.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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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자는 청소만 잘하면 된다? 예의 아냐”
그는 “청소 노동자는 청소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선생님들한테 예의가 아니다. ‘여자가 결혼하면 끝이지 왜 대학을 가냐’는 옛날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청소 노동자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고 일부러 쓰지 않는 표현이다”며 “우리는 미화 선생님 또는 위생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학생들이 없으면 기숙사와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학생들과 최전방에서 소통하고 위급할 때 가장 근처에 있는 분들이 선생님들이니 청소 외의 것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시험과 교육을 지난달 9일과 16일 두 차례 진행했다고 한다. 배 팀장은 “외국인이 많이 있는 기숙사 동의 경우 경비원 선생님들이 사비로 학생들에게 영어나 중국어 과외를 받는다”면서 “사비가 아닌 학교 예산을 유치 받아 선생님들을 교육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시험에 기숙사 개관 연도를 물어본 이유는 “학생들에게 다른 건물은 깨끗한데 여기는 왜 이렇게 더럽냐는 항의와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생님들께서 직접 저 건물은 지은 지 2년 됐고 여기는 40년 돼서 청소해도 티가 잘 안 난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방어하셨으면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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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제도는 행정학에서 배운 대로 스스로 만든 것”
지난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고인의 시험지는 아니다. 연합뉴스
논란이 된 시험은 배 팀장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윗선에는 ‘회의’한다고만 적어서 보고했다고 한다.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행정학에서 사람을 선발하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교육 훈련을 한 후에 평가하고 보상해준다고 배웠다”며 “기존의 시스템은 선발하고 끝이었다. 아무런 교육과 포상이 없었고 이때 고인이 보상에 대한 의견과 영감을 주셨다”고 말했다.
배 팀장에 따르면 고인은 미화원 사이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배 팀장은 “잘하고 열심히 하는 분들만 계속 열심히 하면 그분들 입장에서는 의욕도 떨어지고 업무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니 위에 포상 건의를 하기 위해 시험을 생각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기숙사에는 법인 직원들과는 달리 ‘근무 성적평정’ 제도가 없어 평가와 보상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배 팀장은 업무 강도가 늘어나 힘들어하는 고인에게 “늘 억울하시겠네요^^”라고 문자를 보내 비난 여론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서는 “내가 보낸 문자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 문자는 5월에 오간 것인데 그때는 코로나 업무만 하고 있을 때라 미화원 선생님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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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대변 중요. 민주노총 조합원, 민주당원이다”
지난달 19일 배 모 팀장이 기숙사 925동 옆 공터에서 제초작업을 하는 모습. 청소 미화원 E씨는 지난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제초작업 부담을 덜어주려고 본인이 땀 뻘뻘 흘리면서 그 넓은 땅에서 혼자 깎았는데 이런게 어떻게 갑질이냐”고 말한 바 있다.
배 팀장은 자신 역시 민주노총 산하 지부의 일반 노조 조합원이자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했다. 그는 “진보, 보수를 떠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약자를 대변한다는 그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이런 활동에 참여해왔다”고 했다. 민주노총의 공격을 받았을 때의 느낌에 대한 질문에 “민주노총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런 곳인 줄은 몰랐다. 좋은 의도였겠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서는 배 팀장은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제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면 그 조사 결과를 갖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고인께서 꼭 산재 처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선생님들을 다시 웃겨드리고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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