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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GM, 포드의 생존위기

‘덩치’는 필요없다 … 작은 차 약한 GM·포드 생존의 위기 [중앙일보]

 미국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뒤따른 ‘소형차 혁명’은 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 판도를 확 뒤짚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1990년대 이후 덩치를 앞세운 세계 자동차 ‘빅5 구도’가 깨질 전망이다. 빅5는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도요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르노-닛산,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포드였다. 자동차 업계는 1990년대에 ‘빅5 이론’이 유행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산 규모 등 덩치를 키워 세계 빅5 업체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혼다·BMW·현대·기아차가 약진하면서 이 이론이 깨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빅5 이론을 믿어온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는 무리한 M&A에다 시너지 효과까지 내지 못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세계적 금융위기는 이들의 추락을 부채질했다. GM의 경우 90년대 후반부터 본업인 자동차 생산보다 금융 부문(캐피털)에 더 열심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3년 이후에는 그룹 수익의 절반 이상이 금융 부문에서 나왔다. 배(제조업)보다 배꼽(금융업)이 더 커진 셈이다. GM은 자동차를 잘 만들기보다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모기지론인 주택대부업에까지 손을 댔다. 이렇다 보니 금융위기에 이은 소비 침체로 GM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소형차 혁명=최근 2년간(도요타)을 빼고 70여 년간 세계 자동차 1위 자리를 지킨 GM의 추락은 불가피하다. GM은 이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빅5의 순위가 모두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빅5’ 중 소형차가 약한 회사는 살아남을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포드도 이달 초 계열사인 마쓰다의 소형차를 이용한 새로운 소형차 전략을 발표했다. ‘F시리즈’로 유명한 픽업 트럭이 알토란 같은 흑자를 내왔지만 앞으로는 소형차가 포드의 살림꾼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황순하 자동차 평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동차 시장은 수요가 줄어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며 “반면 소형차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늘어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소형차가 강한 폴크스바겐그룹이 급부상했다. GM이 물러난 뒤 폴크스바겐그룹과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1위를 다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도요타는 엔화 강세에다 지나친 시장 확대 전략 후유증으로 올 상반기 내내 생산을 줄였다. 소형차가 중심인 혼다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지만 엔화 강세 영향으로 올 1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었다. 상대적으로 소형차가 약한 GM과 포드는 3, 4위권으로 하락하고 5위는 소형차가 강한 현대·기아차와 피아트, 혼다가 경합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이 급부상=지난해 4위였던 폴크스바겐그룹은 올 1분기에 143만 대를 팔았다. 소형차 덕분이다. 1위 도요타를 맹추격한 간발의 차이(2만여 대)다. 도요타는 급증한 재고 판매에 주력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전체 판매는 전년 대비 11% 줄었지만 소형차 판매가 3% 증가하면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1분기 매출도 240억 유로(약 45조원), 영업이익 3억1200만 유로(5600억원)로 세계 자동차 업체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지난해 판매량은 630만 대다. 그런데 이 회사는 총판매량의 70%가 소형차(C세그먼트 이하)다. 소형차 강세의 이점을 1분기에 그대로 살린 것이다. 하반기에는 소형차뿐 아니라 연비가 좋은 친환경차 출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친환경차의 기준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0g/km 이하인 모델이 전체의 80%인 132개에 달한다. 여기에 다양한 브랜드 전략도 성공의 한 요소다. 소형차부터 대형차, 저가차부터 최고급차 등 총 9개 브랜드로 전 차종을 거의 다 만든다. 폴크스바겐그룹은 2018년까지 판매량을 1100만 대까지 늘려 세계 1위 자리를 굳힌다는 ‘비전2018’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지난 7일에는 3년 반을 끈 포르셰와의 합병에도 서명했다. 포르셰는 지난해 9만9234대를 판매한 세계 최대의 프리미엄 스포츠카 업체다. 이번 합병으로 올해 세계 1위 자리까지 넘볼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