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이 변한다-1.지금 배워야할것은 토요타가 아니다.
글/유승민(글로벌오토뉴스 미국 통신원)
얼마 전 필자는 알라바마주에서 열린 Automotive Manufacturing 과 관련된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토요타의 TPS(Toyota Production System)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토요타를 제외한 BMW 과 다임러 크라이슬러(메르세데스)를 비롯 혼다까지 일관적으로 외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었다.
바로 Built-to-order 가 어떻게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혀 가고 있고, 여기에 선진 자동차 메이커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였다.
여기에 혼다의 생산 관련 부사장인 Chuck Ernst 는 이러한 발언을 했다. 마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주문하여 빠르게 원하는 햄버거를 받아가듯이, 미국에 공장을 가져야 하는 많은 이유들 중에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Built-to-order 에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과 함께, 혼다는 이미 'Dell-Like Delievery' 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미국에서 별도의 매장이 없이 인터넷과 전화로만 판매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델 컴퓨터(Dell Computer) 의 방식과 비슷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토요타의 Just In Time 개념이 생산자의 입장에서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면, 21세기에 들어와 특히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특별한 옵션 사항의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Dealer installed 옵션으로는 그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가격이 비싸 외면 받기 쉽기 때문에, 품질 보증과 주 생산자로서의 이득을 높이기 위해서 이것을 소비자의 특별주문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주문 생산 시스템으로서의 발전이 필요하고,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다.
먼저 서플라이어의 입장에서 JCI (Johnson Controls Inc.) 는 자사의 생산 시스템과 새로운 모듈 방식이 어떻게 이러한 유연 생산 방식에 맞추어 지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하나의 시트프레임을 통해 총 14개의 다른 시장/모델에 사용 가능한 설계를 통해 이러한 주문 생산 방식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BMW 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퍼스널 라인(Personal Line) 이라고 불리우는 주문 생산 라인의 연습을 통해 21세기 초부터, 바디의 용접과 조립, 그리고 페인트를 먼저 끝내고, 최종적으로 옵션상황등을 결정하는 방식의 생산방법으로 인해 최종 조립 4일 전까지 옵션을 변경할 수 있고, 10일 전까지 색상과 바디 종류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독일보다 미국 스파르탄 버그의 공장 설립 때부터 완전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5년 현재 70%의 BMW 차량은 생산 당시에 이미 고객이 정해져 있고, 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BMW 보다 생산량이 많은 혼다의 경우도 오디세이 미니밴의 이번 새 모델부터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고객의 주문에서부터 인도까지 중/동부지역은 14일 이내에, 서부지역은 20일 이내에 완성시킬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혼다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이 딜러십에 도착해 햄버거를 주문하듯이 '3번 콤보에 가죽 시트와 알루미늄 휠 그리고 선루프를 넣어 주시고 모두 빨간색으로 해주세요' 라고 하면 몇시간 후에 공장에서 막 조립된 차가 가득 찬 연료와 함께 인도 되는 상황이며 이 꿈에 혼다는 오디세이 미니밴을 통해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주문 생산 체계는 이미 설명한 Dell 컴퓨터가 90년대 중반부터 미국 시장의 고객들에게
선보인 개념이다. 이에 따라 토요타나 혼다 같은 회사들도 이러한 주문 생산의 비율이 높아 지고 있는 편인데, 아직까지도 미국 현지에서 대중적인 차량에 자신이 원하는 옵션만을 가진 차를 찾는 다는 것은 수많은 딜러십을 뒤져서 다른 주의 딜러십에서 차를 가져와야 하거나 혹은 최소 2개월에서 많으면 6개월, 혹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딜러십이라는 판매 체계가 불러온 문제로서, 딜러는 일정량의 차량을 자신의 주차장에 두고 싶어 하고, 많은 고객들이 아직도 딜러에 있는 차들 중에서 맘에 드는 차들을 골라 딜러와 흥정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사이언이나 혹은 BMW 의 미니같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도 각종 애프터 마켓 악세서리를 통해 자신만의 차를 가지게 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면서 이 트렌드를 불러 일으키게 된것은 딜러들에 의해 소위 'Pull' 된 옵션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주문 생산이라는 개념이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트렌드로 발전하게 될 것인지. 또, 소위 'Dell-like'개념이 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결국 미국 시장의 고객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고, BMW 와 혼다를 비롯해 크라이슬러까지, 이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토요타를 배우려고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토요타는 지금 GM 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몸집과 자신의 몸집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메이커는 아직 몸집(양)으로 승부할만한 단계가 아니라 니치를 확실하게 읽어서 제 자리를 굳혀야 하는 시기다.
포드가 토러스라는 안정적인 판매량을 버리고 다시 여러개의 세분된 시장으로 들어가듯이,
단순히 지금 토요타가 추구하는 높은 품질의 다량 생산 체계보다는, 소량 다품종 생산 체계가
21세기의 자동차 판매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해 지고 있다. 즉,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보다는 소량 다품종을 통해 제값을 받고 차를 팔아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더 안정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공장을 무조건 풀로 가동해서 차를 쌓아 두었다가 할인 해서라도 차를 팔아서 회사를 계속 꾸려나가야 하는 방식이, 근 몇년간의 리베이트 전쟁을 통해 어떻게 자신들의 목을 죄여 왔는지에 대한 후회와 함께, 이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소량 다품종 생산 방식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고객들을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게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이끌어 내고 있다.
거대하게 몸집 불리기만 추구했던 미국 메이커들의 현재를 보고 알 수 있듯이, 단순한 몸집 불리기만이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생존 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몇년간 필자가 외쳤던 이야기지만 단순히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고 해서, 또 기본 옵션 자체가 다른 회사보다 앞선다고 해서 그것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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