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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통계

꽁트2

수리는 이태백이다. 더운 여름 남들은 피서다뭐다하면서 분주할 때 도서관에 앉아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보니 사오정이란 단어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름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래도 철밥통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 같았다. 하지만 그런 철밥통에 들어가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한번 미끌어지고 두 번 넘어지니 K2봉을 정복하는 일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요즘 수리가 매우 집중하여 하는 일은 로또 복권의 번호를 추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경쟁률도 못 뚫는 놈이 벼락 맞을 확률을 뚫는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엉뚱한 곳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점심을 먹고난 후 늘 그랬던 것처럼 낮잠을 자기위해서 숲속 벤치로 갔다. 식후 담배 한 개피는 불로초라, 틀린 로또 종이에 담배를 말아서 마파도의 마지막 장면처럼 연기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로또를 말은 담배가 다른 화학 작용을 일으킨 것일까. 담배 연기 사이로 숲속의 검은 그림자가 어런거리는 것이 보였다. 놀라 다시 살펴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하여 담배를 깊게 빨아 숲속을 향해 내뿜어 보았다. 반대편 벤치 위에는 ‘통계노트’라고 쓰여진 노트한권이 보인다.


 수리는 담배연기 사이로 손을 뻗어 그 노트를 잡았다. 이제 노트는 담배 연기가 사라진 후에도 수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노트 안을 살펴보니 겉장 안면에는 선명하게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이 노트에 적으면 통계가 변한다.
  단, 자신이 적는 통계의 의미를 이해할 때만 변화 시킬 수 있다.   

 수리는 노트를 보면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
 “아뿔사, 벌써 노트를 잡은 사람이 있네, 잠깐 눈만 붙이고 갈려고 했더만 노트를 챙기는 것을 잊어버려서, 이런 변이 있나.”


 검은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입은 한 남자가 수리 앞에 서서 안절부절 했다. 순간 수리는 놀라 기절할 뻔했으나 차츰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저승사자로구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데려가는 줄만 알았더니, 이런 일도 하네.’


신계의 노트를 얻게된 수리는 하루종일 이 노트로 팔자를 바꿀 고민만 했다.
 ‘환율을 바꿔볼까, 물가 지수를 높여 볼까 아니면 직장인 평균 연봉을 높여볼까......’


 수리는 옆에서 포기한 듯 앉아 있는 저승사자에게
 “뭐 단박에 팔자고칠만한 좋은 거 없나?”


 저승사자는 한심하다는 듯
 “그런거 알면 노트 잃어버리고 이렇게 앉아있남. 내 팔자나 좀 고쳐주라. 근데 너 나를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 너는 안 죽을 줄 아나. 데려가면서 뺑뺑이를 돌리면서 가야겠구만.”


 “이 노트로 똥 닦으면 잘 딱이겠네. 종이가 야들야들하네.”


 수리의 말에 저승사자는 알았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싱긋 웃는다.
 수리는 며칠을 고민했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무언가 머리를 때리는 것이 있었다.
“오 저승사자, 내가 그 검은 옷 대신 비단옷 한 벌 맞춰줄게.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어.”
“어, 그래, 모자도 하나 해주면 않될까.”


 수리는 노트에 글을 적었다.
 - 종합주가지수가 한달 후 1,000으로 하락한다. -
 한달 후 정말 주가지수가 1,000으로 하락했다. 세상이 온통 난리난듯 법석을 떨었지만 수리는 대출을 해서 주식을 사들였다. 주식을 매입하자 통계노트에 다시 글을 적었다.


 - 한달 후에 종합지수가 2,000에 도달 한다 - 
 한달 후 종합지수가 2,000에 이르자 수리는 모두 주식을 팔고 노트에 다시 주가가 다시 1,000으로 떨어지는 진다고 적었다.

 

 주가가 이렇게 요동치자 금융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파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경제 전반에 걸쳐 혼란에 빠지자 세계 최고의 탐정 L에게 수사를 요청하게 되었다.
 L은 주가 추이 그래프를 보더니 눈을 찔끔거렸다.
 “주가를 시계열 분석해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일정한 패턴이 보입니다. 즉 누군가 조작하고 있다는 거죠. 척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물론 그래서 나를 부른 거지만.”


 말을 마치고 L은 머리를 한바퀴 돌린다.
 “사건은 의외로 쉽게 풀릴 듯 하네요. 분명 이 주가 그래프와 범인이 주가를 팔고 사는 패턴에는 아주 높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건 기술통계이론 중에서도 아주 기초부분에 해당하는 겁니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아요. 언제나 원론적인 부분에 답이 있죠. 수첩 가지신 분은 적어 두셔도 좋습니다.”


 이름을 날리기 좋아하는 L은 방송에 나가 목소리를 아주 낮은 톤으로 내려깔고는 금융의 신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나, L은 3일 후 당신을 잡으러 갈 것입니다. 당신은 현명할지 몰라도 치명적인 흔적을 남겼습니다. 똥누고 뒤를 않딱은 거죠. 구린내가 진동합니다. 그럼 3일 후 뵙겠습니다.”
 L은 그날부터 커다란 젤리를 우적우적 씹으며 데이터마이닝 작업을 했다.
 
 한편 L의 선전포고를 본 수리는 코웃음을 쳤다.
 “L, 네가 아무리 똑똑할지라도, 이 통계노트가 있는한 나를 못 잡을걸.”
 수리는 통계노트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 탐정들의 IQ가 한 시간 뒤 1/3로 감소 -


 수리는 웃으면서 소리쳤다.
 “L, 이제는 탐정 강아지가 되었군.”
 수리는 그때 또 다른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이제 돈은 있고, 여자들의 마음을 얻으면 되겠군.”


 수리는 통계 노트에 글을 적었다.
  - 여자들의 남자에 대한 선호도가 5점 만점에 작은 키가 4.5이고
    쌍거플 없는 작은 눈의 선호도가 4.8,  여드름난 얼굴의 선호도가 4.8,
    작은코가 4.7, 뚜꺼운 입술이 4.9로 나타남 - 


 글을 적은 수리는 혼자 키덕거렸다. 저승사자는 작은 한숨을 쉬며
 “어 그런 방법이 있네. 적는 김에 내 얼굴도 함 적어주라.”
 “유명한 화가가 당대에 인정을 못받는 것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얼굴도 그런 법이지. 난단지 그 시간을 앞당기는 것 뿐이야.”


 수리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모습에 호감을 가지는 여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껴졌다. 카페에 앉아 뚜꺼운 입술로 작은 코를 밀어붙이며 어떤 여자에게 접근할까 고민하고 있던 중 한무리의 사람이 들어왔다. 그 중에 L의 모습도 보인다. L은 주저하지도 않고 바로 수리 앞으로 걸어왔다. 


 “이제 장난은 끝났어. 이 L 앞에 지금까지 완전 범죄는 없어. 증거가 언제나 말해주거든.”
 놀란 수리는 저승사자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거지 지금쯤이면 거의 강아지 수준이어야하는 거 아냐.”
 저승사자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면 서류를 이리저리 찾아본다.
 “앵, 탐정 아이큐의 평균은 반으로 줄었는데, 최대값은 그대로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수리는 짧은 비명을 내 질렀다.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는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지.  내가 실수를 했지만 이번에는 어림없다.’
 수리는 비상용으로 통계의 노트를 찢어 귀속에 감춰두고 있었다. 감방에서 몰래 통계의 노트 쪽지에 글을 적었다.


 - 주가 조작 혐의는 최대 7일의 형량을 구형한다. 그리고 주가 조작을 통해 획득한 돈은 금액의 크기에 상관없이 10,000원을 국고에 반납한다. 그리고 탐정의 아이큐의 최대값이  60이된다. -


 수리는 비장한 얼굴이 되어 종이 쪽지를 꽉 움켜쥐었다.
 “이제 L도 강아지가 되었으니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짖겠구만..”


 다음날 수리는 판사 앞에 불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판사는 근엄한 얼굴로 수리를 한번 쳐다보더니
“피고는 주가 조작혐의로 국가 경제를 파탄의 지경에 이르게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혜를 입혔으므로 그 유죄를 인정하여 주가조작 최대형량인 징역 7일에 처한다.”


 이 얘기가 끝나자 수리는 그것 보라는 듯 으쓱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판사는 계속 판결문을 낭독한다,
 “하지만 상위법 우선원칙에 따라, 피고는 신계의 공문서 위조 혐의와 공공기물 파손 죄로 징역 1년에 처한다.”


 이 판결에 저승 사자는 배를 잡고 웃는다. 수리는 한심하다는 듯 그 모습을 보더니
 “네가 찔렀지. 그래도 노트는 못 찾는다. 내가 어디 잘 숨겨 놓았거든. 1년만 참자.”
 저승사자는 코방귀를 뀌더니
 “이제 말까지마라, 신계의 1년이 현세에서는 100년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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