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일기] 63. 몽골로이드 네트웍
세계의 지배자는 유목민족이었다.
유럽과 중국이 함께 커지고 동시에 작아지는 동조화 현상 이면에는 항상 몽골제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럽의 로마제국과 중국의 진한시대, 또 르네상스와 원나라가 그러했다.
그러나 14세기 중반 몽골리안 국가인 원나라가 쇠퇴하면서 세계는 불황으로 빠지게 된다.
원을 축출한 명나라는 중국을 더욱더 폐쇄된 농경국가로 만들었으며
동서양 교역로인 실크로드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중국이 아닌 실크로드를 지배했던 몽골의 쇠퇴는
결국 전쟁을 잊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세계를 다시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동서양 고속도로인 실크로드가 탄생시킨 대표적인 교역품은 유리, 도자기, 향신료, 비단이다.
은과 맞먹는 가격으로 거래되며 화폐로도 쓰이던 후추는
실크로드의 폐쇄로 인도를 경제 불황으로 내몰았고
이는 또 이집트의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아울러 세공한 유리 로만글라스를 수출하던 이탈리아는 실크로드가 막힘에 따라
더 이상 르네상스 문화를 부흥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95년 워싱턴 포스트지 송년호에
지난 천년간 가장 인류사에 영향을 많이 끼친 한 사람으로 선정된 징기스칸.
그는 누구보다 실크로드의 교역로를 중시했다.
그가 세계를 지배하며 로마교황에게 복종을 표시하라고 서신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 가지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스피드, 신기술, 네트웍.
징기스칸의 푸른 군대는 밥 먹는 시간을 아꼈다.
보르츠라고 불리는 말 방광 하나에는 소 한 마리가 분말형태로 들어간다.
무려 일 년 치 식량이다. 물에 타서 먹거나 죽처럼 끓여 먹으면 식사가 해결된다.
마구간이 필요 없는 몽골의 조랑말은 지구력이 뛰어나다. 더욱이 왼발과 왼쪽다리,
오른발과 오른쪽 다리가 같이 움직이는 속퇴법으로 말 위에서 안정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멀리 달릴 수 있고 몸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르는 움직이는 천막이다.
이동이 용이하며 설치와 수거가 간편하다.
이 모든 것은 스피드로 귀결된다.
두 번째로 신기술.
징기스칸 군대의 특징적인 신무기는 할하식 활이다.
350m 떨어진 사물을 쏠 수 있는 이 활은 로마군의 것보다 사정거리가 100m 더 나간다.
소의 힘줄로 만들어져 가볍고 멀리 나가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던 몽골군의 활 앞에
체스처럼 닫힌 공간에서 갇힌 전략을 구사하던 유럽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비밀병기는 칼이다.
유럽의 검은 바이킹 칼로 일직선 형태다.
힘으로 방패를 때려 부수는 단순전략을 구사하기에는 무겁고 강한 바이킹 검이 제일이다.
그러나 타타르의 칼로 불리는 푸른 군대의 검은 반달형으로 휘어져 가볍고 탄력성이 뛰어났다.
찌르고 안 되면 벨 수 있는 임기응변의 칼이다.
말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게 만든 발걸이와 끝이 뾰족한 버선코 군화의 발명은
물구나무서기로 활을 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게 하였다.
또 유럽군대의 70Kg보다 20Kg나 더 가벼운 군장은 푸른 군대의 기동력을 배가시켰다.
나무 안장에다 두 필에서 네 필 여분의 말까지 가진 몽고 군사들은
최강의 기마군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로 네트웍.
몽골어로 어르터어(ortoo)는 역참제도다. 바로 현대의 네트웍 정보시스템을 말한다.
어르터어는 물류뿐 아니라 시급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체제다.
천리마는 하루 400Km를 달린다.
지구력이 좋은 몽고말이 하루 200Km-300Km를 충분히 달릴 수 있음에도
20Km마다 역참을 설치하여 미리 정해진 마패를 보여주면 대기하던 말로 갈아타고
다시 내달리는 신속함이 정보전에서의 승리 요인이었다.
실크로드 또한 물류의 통로가 아닌 정보 고속도로이다.
현대의 정보전을 징기스칸은 이미 700년 전에 구축하여 실행에 옮겼다.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자 통계를 국가별로 보면 재미난 현상이 발견된다.
유목민족이 농경민족을 사용자 수와 보급 속도에서 두 배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몽골의 인사말은 좀 독특하다.
타나라르 소닌 사이한 요 바이나 왜?(“Tanaar (Ta naraar)sonin saikhan yu baina ve?”)
“저쪽에 어떤 새로운 정보가 있는가?”라는 인사다.
몽골로이드 네트웍은 여기서 출발한다.
토인비는 이렇게 말했다.
"유목민에게는 역사가 없다. 단지 地理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이제 인류문명사에서 유목이라는 삶의 방식은 사라지고
어떤 새로운 삶의 방식이 그것을 대신할 것이다.
그것에 대한 답을 징기스칸이 오래전에 구사했던 스피드와 신기술,
그리고 정보네트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知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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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글은
인류역사상 큰 획을 그었던 몽골리안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몽골로이드 네트웍을 강조하는 책의 프롤로그이다.
책은 몇 가지 사정상 탈고가 미뤄져 발매가 안되었으나
미국, 중국, 유럽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발 맞춰
몽골로이드 네트웍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서론을 먼저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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