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산업

자동차 산업의 위기?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이빔]자동차 산업의 위기? '모두 알고 있었다'입력 2018.10.30 07:20 댓글 424

                  
                          
 -국내 생산이 해외로 이전됐을 뿐
 -고양이 목에 방울 매다는 용기 필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는 289만9,556대에 이르고, 이 가운데 111만7,366대가 국내에 판매됐다. 그리고 완성차 수출은 175만9,010대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실적이 어떤 수준이길래 '위기론'이 불거져 나오는 걸까?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017년 생산은 316만4,888대, 내수는 115만9,405대, 수출은 194만2,628대에 달한다. 2017년과 비교하면 생산은 9.2%, 내수는 3.8%, 수출은 10.4%가 줄었다. 
 
 그런데 단순히 전년 대비 줄어든 것만으로 '위기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간 생산과 판매가 꾸준히 유지됐거나 변동성이 적어야 한다. 하지만 2011년 국내 완성차 생산은 465만대였고 이후 매년 줄어 지난해는 411만대에 머물렀다. 6년 사이 내수는 147만대에서 156만대로 10만대 가량 증가했으니 위기와 거리가 멀지만 수출은 315만대에서 253만대로 62만대가 감소한 만큼 위기론의 진원지다.  
 
 그렇다면 첫 번째 분석 질문, 생산은 왜 줄었을까? 이유는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완성차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10.4%에 달하는 18만3,618대가 감소했다. 내수도 4만2,039대가 줄었지만 수출 부진의 여파가 절대적으로 컸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 수출이 부진했던 시장은 어디일까? 지역별로 1~9월 수출을 비교하면 북미 물량이 무려 11만1,200대가 줄었고 중동 지역도 6만2,467대가 감소했다. 이외 아시아와 중남미도 각각 1만5,754대와 2만3,354대 하락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EU 이외 지역은 2만2,289대가 늘었고 아프리카도 1만6,974대가 증가했다. 결국 북미 물량의 절대 숫자가 많다는 점에서 부진을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더 나아가 세 번째 질문, 북미 지역에선 어느 나라가 한국차 위기에 영향을 미쳤을까? 단연 미국이다. 올해 9월까지 미국으로 들어간 완성차는 55만9,1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만3,449대에 비해 9만4,317대나 추락했다. 이와 함께 수출이 부진했던 중동의 경우는 사우디의 영향도 컸다. 사우디로 들어간 수출이 전년 대비 무려 3만9,803대가 감소했고, 아랍에미레이트와 이란도 중동 부진의 부수적인 국가로 꼽힌다. 
 
 네 번째 질문, 미국으로 수출되는 완성차 가운데 부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제품은 무엇일까? 르노삼성이 부산에서 생산하는 로그는 7,901대가 줄었고, 한국지엠이 부평에서 생산하는 RV는 2만9,071대가 감소했다. 둘을 합치면 3만8,000여대에 달한다. 그럼 나머지 5만6,300대는 어떤 차종일까?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형차로 엑센트 2만2,800대, K3 1만7,000대, 쏘울 1만3,000대 등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생산된 완성차의 미국 수출이 줄었음에도 기아차의 1~9월 미국 판매는 45만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만7,900여대에 비해 크게 위축되지 않았고, 현대차는 50만1,700여대로 지난해 대비 1만대 가량 줄었을 뿐이다. 수출이 줄어들 때 현지 생산 차종의 판매로 버틴 셈이다. 따라서 올해 자동차산업 위기론의 진원지는 현대기아차가 아니라 한국지엠으로 모아진다. 특히 트랙스를 비롯한 RV 차종의 미국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외 현대기아차는 줄어드는 소형 세단 및 해치백의 미국 대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대체 시장을 개척하거나 키웠을 때 꼭 '한국에서 만들어 현지에 공급해야 할까?'를 고민한다는 점이다. 이미 글로벌 곳곳에 생산 기지를 갖춘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아프리카에 들어가는 제품을 유럽 공장에서 생산, 공급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GM과 르노닛산 또한 미국에 필요한 차종을 반드시 한국에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의 의문 부호를 던진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만들어 해외 시장에 공급할 때 생산의 장점을 따지지 않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경영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더 이상 생산의 매력이 없는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 생산에 필요한 비용은 높지만 결과물로 나오는 제품의 생산은 적어서다. 하루 평균 100원에 10개를 만드는 게 글로벌 평균이라면 한국은 같은 비용으로 7~8개 생산에 머문다는 뜻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생산해야 할 당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수출은 해마다 감소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오래 전부터 경영계, 노동계, 산업계, 정부, 정치권 등이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다만,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이른바 '임금'을 줄이거나 '고용 축소'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뿐이다. 정치인이 언급하기에는 당락(當落)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대통령 또한 선거 때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생산을 늘려보자는 차원으로 등장한 대안이 광주형 일자리다. 기업이 임금의 절반을 부담하고, 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가 나머지 임금을 부담해 자동차를 생산하자는 제안이다. 이 경우 100원에 10개를 만들 수 있어 경쟁력이 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일자리는 물론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을 닫은 공장(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활용하자는 제안과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다른 완성차공장 대비 낮은 임금이 산업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팽배해서다. 한 마디로 소득의 '햐향 수렴'이 불가피하다는 반박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위기론' 해결은 자동차를 만드는 개별 기업과 일자리에 방점을 두는 정부의 시각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완성차기업은 태생적으로 임금 축소 및 비용 감소를 위해 구조조정을 원할 수밖에 없는 반면 정부와 정치권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근로자들의 표를 의식하는 구조여서다. 사실상 기업과 정치권의 시각이 서로 상반돼 있어 공존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셈이다. 
 
 물론 2011년 이후 매년 줄어왔던 한국의 자동차 생산이 앞으로 다시 증가할 수 있다면 당장의 문제는 수면 아래로 다시 밀어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도, 내년에도 늘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글로벌 기업들이 완성차를 한국에서 반드시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 앞장서야 한다. 영국병으로 산업이 후퇴할 때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수상은 표를 의식하지 않고 개혁을 앞세워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인기 없는 정책임을 알면서도 영국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 기꺼이 악역을 자처했다. 그 결과 영국병은 고쳐졌고,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형태로 성장하는 중이다. 그래서 국내도 자동차산업 위기를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 구조는 완성차 수출을 더욱 줄이고, 한국 내 일자리만 서서히 줄어드는 악순환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차는 왜 수소차를 선택했나.. 퍼온글  (0) 2022.12.28
품질은 경쟁력이고 수익이다  (1) 2022.12.28
중국...한국차 이미지는  (0) 2022.12.27
현대차의 FCA 인수설  (0) 2022.12.27
제네시스 IQS 1위  (0) 2022.12.27